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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창비 | 2014년 05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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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 속에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고통과 상처로 얼룩졌던 시간을 상세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소설은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1인칭, 2인칭과 3인칭 작가 시점을 넘나든다. 작가는 민주화운동의 거시적인 흐름보다는 토막토막난 상세한 사건들 속 인물들의 감정을 고통스럽고 피폐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집단 속의 휘말린 인간의 본성의 단순함을 보여주며, 민주화 운동이 영원히 독자들의 가슴 속에 붙들어져 있어야 하는 기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작가는 학살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감정이 꾸밈없이 여실히 드러나는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의 단순함을 보여준다. 투쟁을 위해 밤을 새우며 남아있던 ‘나’와 김준수는 자신들이 남아있기로 한 결정에 대해 명확하거나 거창한 이유를 대지 못한다. 그저 ‘양심’이 ‘나’를 군인들을 앞에 두고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준 강렬한 힘이라 한다.
또한 소설은 특별히 잔인하게 행동한 군인들에게 왜 그리 과격하게 진압했는지 이유를 묻자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렇듯 인간의 본성은 단순한 이유들에 의해서 좌우되고, 그것이 존엄성일지 잔인성일지는 인간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할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의해 나누어진다. 이러한 본성은 군중 속에 있을 때 더욱 극대화되며, 결국 집단의 광기는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소설은 묘사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존엄성을 갖기 위해선 계속해서 타인의 상처와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기에 광주에서 있었던 잔혹한 학살은 단순히 역사에 기록될 한 사건이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이 겪었던 고통과 고귀하기 위해 싸웠던 투쟁으로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어야 한다. 민주화 운동을 하였던 사람들은 희생자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고귀하기 위해서 남아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현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을 통해 그 시절 고통을 묘사한다. 작품 속 화자는 계속해서 바뀌지만 민주화 운동 후 ‘살아남은’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 동호의 죽음과 감옥에서 받았던 끔찍한 고문들을 계속해서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들의 고통은 광주 학살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영원히 사람들의 인생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뜻하며 현재성을 강조한다. 또한, 2인칭 시점으로 쓰인 단락들은 독자들에게 그들도 실제로 그 시절을 함께 겪고 바라본 응시자의 느낌을 주면서 독자들 또한 이 사건을 영원히 기억해야 함을 주장한다.
소영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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