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명 어문 생활 잡지 ‘야오원자오즈(咬文嚼字)’가 올해 중국의 10대 유행어를 발표했다.
6일 공인일보(工人日报)는 ‘야오원자오즈’가 4일 발표한 올해의 10대 유행어에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质生产力) ▶쌍방향 질주(双向奔赴) ▶인공지능 대모형(人工智能大模型) ▶시골 축구 슈퍼리그(村超) ▶특전사식 여행(特种兵式旅游) ▶관종(显眼包) ▶파트너(搭子) ▶도파민XX(多巴胺XX) ▶정서적 가치(情绪价值) ▶XX를 의심하다 XX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XX가 된다(质疑××,理解××,成为××)가 선정됐다고 전했다.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质生产力)은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헤이롱장에서 언급한 단어로 생산력의 발전, 즉 과학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생산력을 뜻한다. 이는 전통의 성장 노선에서 벗어나 질 높은 발전 조건에 부합하는 생산력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쌍방향 질주(双向奔赴)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고 신뢰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사람 간의 애정,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부터 국가간 관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 단어를 사용해 관중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인공지능 대모형(人工智能大模型)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10억 개 이상의 초대규모의 매개변수와 강력한 계산 자원을 보유한 기계 학습 모델을 의미한다. 이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자연 언어 처리, 이미지 인식 등 각종 복잡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시골 축구 슈퍼리그(村超)는 지난 2023년 5월 13일 구이저우성 첸동난먀오족등족자치주(黔东南苗族侗族自治州) 롱장현(榕江县)에서 개최된 허메이(和美) 시골 축구 슈퍼리그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이 슈퍼리그는 한 경기에 최대 6만 명 이상의 관객이 몰리고 480억 명이 온라인 중계를 봤으며 더우인(抖音) 영상 조회 수가 130억 건이 넘는 등 각종 데이터에서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후 시골을 뜻하는 ‘춘(村)’ 뒤에 여러 스포츠 종목을 붙여 ‘춘바(村ba, 시골 농구경기), ‘춘파이(村排, 시골 배구경기)’ 등의 신조어가 탄생했다.
특전사식 여행(特种兵式旅游)은 중국의 문화 관광 소비 회복과 함께 등장한 말로 최소 비용으로 최대 관광 자원을 누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곳을 보고 여행지의 역사 문화, 현지 인심을 섭렵하겠다는 특전사식 ‘미션 수행’의 여행 방식을 의미한다. 응용 표현으로는 ‘특전사식 연극 관람(特种兵式观剧)’, ‘특전사식 회의(特种兵式开会)’, ‘특전사식 오후 휴식(特种兵式午休) 등이 있으며 모두 높은 생산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관종(显眼包)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독특한 외모나 행동으로 눈에 크게 띄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개성 있고 다양한 표현에 대한 인정을 내포한다. 초창기에는 한국말의 관종과 같이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으나 지금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위기 메이커로 칭찬의 의미가 더 두드러진다. 사람 뿐만 아니라 같은 범위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물건에 사용되기도 한다.
파트너(搭子)는 원래 사투리로 ‘함께 카드를 치는 사람’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어떠한 활동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이 단어는 친구보다는 가볍고 동료보다는 무거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서로 만족할 만큼 편안한 시간을 보내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터치하지 않는, 한 마디로 ‘선을 지키는’ 관계다. 밥을 함께 먹는 ‘밥 파트너(饭搭子)’, 여행을 함께 하는 ‘여행 파트너(旅游搭子)’, 운동을 함께 하는 ‘운동 파트너(运动搭子)’, 육아를 함께 하는 ‘육아 파트너(遛娃搭子)’, 쇼핑 파트너, 다이어트 파트너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르몬이자 신경 물질로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파민이 ‘도파민 패션(多巴胺穿搭)’을 시작으로 중국 현지에서 크게 유행하기 시작했다. 도파민이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주는 일종의 ‘쾌락 요소’로 여겨지면서 도파민 관광지, 도파민 산책, 도파민 요리, 도파민 휴가, 심지어 ‘도파민 선생님’까지 여러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정서적 가치(情绪价值)는 고객이 느끼는 정서적 수익과 정서적 비용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마케팅 용어로 최근에는 한 사람이 타인의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다른 사람에게 편안함, 기쁨, 안정적인 정서를 많이 줄수록 그의 정서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며 반대로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정서를 주면 정서적 가치가 낮다고 평가된다. 이 단어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한 고차원적 심리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XX를 의심하다 XX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XX가 된다(质疑××,理解××,成为××)는 10여년 전 방영한 드라마 ‘사랑의 아파트(爱情公寓)’의 여주인공 ‘완위(宛瑜)’를 보며 느낀 시청자들의 감정을 표현한 말에서 비롯됐다. 남자친구의 청혼을 거절하고 일을 선택하는 완위를 보며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다며 질책하다 나중에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이 완위와 같다고 느끼게 된다. 이 같은 심리 변화 과정이 올해 연초부터 SNS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완위’가 부모님, 담임 선생님, 아줌마 등으로 바뀌어 활용되었다.
매년 연말 ‘야오원자오즈’가 선정하고 발표하는 올해의 10대 유행어는 수년간 중국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중국 사람들의 언어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올해 유행어는 예년에 비해 ▶한 해의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 사회 생활 면모를 반영하고 있고 ▶참신한 특징이 두드러져 언어 창조력이 돋보이며 ▶쇼트 클립의 부상으로 언어 사용의 지혜, 참신함이 부각됐다고 야오원자오즈는 설명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