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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37] 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2024-04-23, 18:03:31] 상하이저널
리베카 솔닛 | 반비 | 2016년 2월
리베카 솔닛 | 반비 | 2016년 2월
원제: The Faraway Nearby (2013년) 
 
이야기란 말하는 행위 안에 있는 모든 것,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나의 장소가 곧 하나의 이야기이며 이야기는 지형을 이루고, 감정이입은 그 안에서 상상하는 행위'라고 한다. 
그에게도 어머니와의 이야기가 있다. 편지 중 하나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엄마는 내가 일종의 거울이 되기를 바라셨죠. 엄마가 보고 싶은 자신의 이미지, 완벽하고 온전히 사랑받고 언제나 옳은 모습을 비춰 주는 그런 거울 말이에요. 하지만 나는 거울이 아니고, 엄마 눈에 결점으로 보이는 것들도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아주 평범한 혹은 짧은 순간이 인생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니게 되는 강렬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20대 후반 마블 협곡을 친구와 같이 여행하던 그도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 옆자리 여행객들로부터 함께 래프팅하러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여러가지 문제를 고려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는 바로 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 순간이 인생의 커다란 이정표가 되었다고 회고한다. 

메리 셸리가<프랑켄슈타인>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열여덟 살이었다. 그는 '여성이 아무런 권력도 가지지 못했던 시절에 젊고 가난한 여성이었던 메리는, 자기 작품 안에서 전지전능한 지위에 오른다. 자신의 용어로 세상을 묘사하고, 잘못돼 버린 세상에 대한 자신의 전망을 그렸다'고 평가한다. 

또한 부모, 예술가, 신이라는 세 부류는 뭔가를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에 대해 가지는 책임이라는 매우 중요한 문제를 제시한다고 했다. 타인의 감정이입과 참여가 있었다면 프랑켄슈타인의 고독한 실험과 고집스러운 개인주의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는 자신이 아팠던 일에 관해서도 썼다. '크게 아프거나 다치고 나면 어떤 단절이 생기고, 덕분에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살피는 계기가 된다. 그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제한적이며 그것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그리고 과거와 단절함으로써 새롭게 시작할 가능성을 열어 주기도 한다. 하나의 질병은 수많은 단절이고, 당신은 스스로 향하고 있던 어떤 이야기의 줄거리, 혹은 그 의미에 다시 가서 붙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더 이상 혼자 살 수 없어 떠난 집에서 할 수 없이 따온 살구를 그는 잼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전쟁도 끝났다. 병세가 악화된 어머니는 자신의 분노를 잊고 '현재에만 집중'하는 행복한 아이로 두 해 정도 살았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한 땀 한 땀인 것처럼, 마치 내가 바늘이 되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도 있는 것 같은 상상...... 

꾸불꾸불한 선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하나로 합쳐 나가는 것이, 마치 그 걸음이 바느질이고, 바느질은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 삶인 것 같다.' 

엄청난 독서와 사색 그리고 작가로서의 사명감. 침묵하기도 하면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이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준 고통과 상처를 가진 딸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가 마치 친한 지인처럼 느껴졌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는 위안과 격려를 받는, 앞으로 내 이야기는 어떻게 써 내려갈까 생각하게 하는 그런 지인. 

오세방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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