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는 아파트가 거의 없고 주택에 주인이 살고 남는 방은 전세나 월세를 줬다. 우리 주인 집에는 형제가 둘이었는데 오빠가 맞고 오면 내가 가서 악다구니를 쓰곤 했다. 세든 사람은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까 봐 주인집 눈치를 보고 셋방살이의 고단함을 피하기 위해 돈을 모아 집 장만을 먼저 했다.
중국도 집에 대한 가치관이 한국과 다르지 않다. 중국에는 호적이라 할 수 있는 호구(户口)가 있는데 상하이 호구가 있어야 아이들이 상하이에서 학교를 다닐 수가 있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학교 근처에 집을 산다. 또한 자식을 결혼시킬 때 집을 장만해 주는 관습이 있어 집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상하이는 국제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 세계 문화가 공존하는 발전된 도시이다. 상하이의 월세가 너무 비싸서 차라리 집을 사고 은행 이자를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의 경우 1년간 세금납부 증명이 있으면 집을 살 수가 있고 대출은 65%까지 가능하다. 분양을 신청했는데 뒷번호를 받고 떨어져 기존에 지어진 중고집(二手)을 알아봤다. 중국 집들은 너무 다양한데다가 중국부동산을 통해 집을 구하려니 소통이 어려웠다.
세금은 차액증치세(差额增值税), 즉 양도소득세, 개인소득세(个人所得税), 그리고 계세(契税)라 하는 부동산취득세, 이 세 가지다. 집을 산 지 5년이 되지 않으면 양도차액을 집값 전체로 계산해서 세금이 많다.
주변 사람들이 집을 팔고 그 돈을 한국으로 가져 갈수 있는지 묻곤 하는데 은행에 문의해보니 일하고 세금을 낸 기록이 있으면 그 금액만큼 송금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은 토지가 국가 소유라 주택의 경우 최장 70년 토지를 빌려 쓰는 건물사용권을 갖는 셈이다. 그 후에 정부가 가져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간을 연장시키지 않겠나라고들 한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으면 부동산에 의향금을 먼저 보내고 집주인이 돈을 받으면 계약이 성사된다. 집값이 오르려던 시점이라 집값을 올리거나 내논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였다. 일주일을 기다리게 하고 집주인이 안 나타났다. 그 사이 다른 집을 볼 수도 없고 혹여 의향금을 못 받으면 어쩌나 가슴 졸였다. 게다가 집값을 잡으려 정부가 은행에 대출을 늦추도록 제재했다. 은행에서는 기다리라고만 하고 대출 승인이 되기까지 8개월이 넘게 걸렸다.
상하이에는 집 앞 상가의 반 이상이 부동산인가 싶을 정도로 많다. 월세를 보통 1년 계약하니 집을 구하는 사람도 많고 집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매매에 대한 수요가 많아 그런 것 같다. 또 부동산 수수료가 집값의1~2%로 한국보다 높고 부동산마다 다르다.
천신만고 끝에 집을 장만했지만 코로나를 겪어보니 여기서 오래도록 살려고 했던 게 무모한 짓은 아니었나 싶었다. 다행히 코로나 해제 이후 상하이는 차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그간 누리지 못했던,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상하이의 찬란한 순간을 만끽 해야겠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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