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난루(西藏南路)를 타고 남쪽으로 3~4분 걷다 보면 기와를 얹은 큰 대문 같은 골목 东台路古玩市场라는 문패가 보이고, 붉은색의 낡은 기와가 중국 골동품거리에 왔음을 알린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새 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여치 울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별의별개 다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마치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 이야기를 속삭여주는 듯한 거리
본래는 집에서 쓰던 고물들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거리다. 그러다가 이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에 의해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상하이 시에서도 후원하는 상하이의 명물 거리가 되었다.
길 전체는 깨끗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골동품 거리라는 그 명성에 걸 맞는 모습이다. 까맣고, 먼지가 수북이 쌓인 물건들. 200m 정도되는 길가에 창고에서 막 쏟아낸 듯한 낡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중국 고서와 색색의 낡은 그릇들, 어렵지 않게 조선 자기도 볼 수 있고, 누구인지 잘 모를 인물상들이 거리를 메운다. 흥미로운 중국식 체스와 마작통 역시 이 거리의 단골 손님이다. 처음 보는 희귀한 장식품들과 돌부처상, 기마병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작은 것들은 100~300元 정도이고 큰 것은 1000元 이상을 부르기도 한다. 중국 황제의 모습이라는 낡은 그림을 800元에 값을 매기며 정말 가치 있는 것이라 강조하는 소녀도 만날 수 있었다.
계속 걷다 보면 어렵지 않게 예전 중국에서 전 족을 위해 썼던 작은 신을 볼 수 있다.
색깔과 선이 예뻐, 저절로 시선이 가지만 이내 그 작고 귀여운 신 속에서 나왔을 비명에 남모를 소름이 돋는다.
이곳에서 혹시 중국의 진귀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수룩한 생각 속에 함부로 물건을 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진정 옛날에 사용했던 고리 쩍 물건들도 있지만,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낸 물것들이 많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이 고르다간 상술에 넘어가기 일쑤다.
이 거리의 또 다른 풍경인 이 곳 상인들은 그리 다급해 보이지도, 찌들어 보이지도 않는다. 마작을 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손님을 기다린다. 대부분의 고객이 관광객들인 것을 감안해서인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말을 건네온다. 4시면 찾아오는 만두아저씨도 이 거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것 저것 묻고 사기도 하면서 골동품에 관심을 보인다. 손짓 발짓을 해가는 그들과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며 설득하는 상인들간의 유쾌한 모습이 연출된다. 최종적으로 가격은 무조건 계산기로 찍어 보여준다. 정확을 기하기 위한 그들만의 수단이리라. 그리곤 얼마에 사길 원하는 지 꼭 물어본다. 흥정이 충분히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물건들은 이젠 쓰지 않는 과거의 것들이지만, 이것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나마 중국인들의 살아온 역사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러기에 충분히 흥미롭고, 가볼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 길의 끝에 위치한 태평교 호수공원과도 잘 어울리는 이 곳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상하이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오아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