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바오 아줌마 보세요.
지난 호 글에서 방학은 다 지나가고 있고 이래저래 아이들하고 물놀이 한 번 못한 것에 마음이 짜안하다고 하셨는데요. 진짜, 정말, 참말로 시원한 계곡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런데 자못 주저주저 하기도 하네요. 왜냐고요? 상해 생활 오래 하다 보니 겨우 이것 가지고 그렇게 수선을 떨었냐고 하실 것 같아서요. 그리고 여기저기 입소문 나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면 덩달아 물가도 오르게 되고, 손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 쉽게 망가지게 될 것 같은 불안함도 있네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소심증이지요.
아무튼 살인적인(?) 상하이의 무더위를 겨우 겨우 이겨나가고 있을 8월 첫째 주에 몇몇 가정이 계곡을 찾아 나섰지요. 상해에 산 지 10년 되는 집부터, 마악 도착한지 3일 되는 가정까지 애들 어른 모두 40여명이 떠났어요. 물론 그 전에 미리 그곳을 즐기고 오신 분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정말 계곡이 있을까, 쫄쫄 흐르는 개울물을 심심산천의 계곡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가 하면서-추천하신 분께는 죄송하지만- 반신반의 하며 갔지요. 일전에 아는 중국 분이 아주 멋진 폭포라고 하도 자랑하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떠났는데, 거짓말 보태서 그저 조금 낙차를 보이는 물줄기를 가지고 허풍을 떨은 것이 기억이 난 것이지요.
상해에서는 비교적 근거리 였어요. (차로 4시간 거리인데 근거리라고 하니까 이곳 생활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놀래더군요.) 안지라는 곳인데 가는 길을 조금 헤맸지만 모처럼 가족들끼리의 여행이어서 그런지 모두들 들뜬 기분이었지요. 2시간여쯤 가다가 지아싱 휴게소에 들러서 따끈따끈하고 맛있는 쫑즈(대나무 잎에 싼 고기 찰밥)로 점심을 해결하고 차 안에서는 준비위원장님의 넌쎈스 퀴즈로 유쾌한 시간을 가졌지요.
어느덧 산자락이 보이더니 상해에서는 보기 힘든 높은 산이 펼쳐지는 거예요. 버스로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가면서, 차창 밖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계곡의 물이 맑고 제법 콸콸 흐르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고 마음은 벌써 그 계곡에 몸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고 싶어 안달이 난거예요. 지리산 계곡이 남부럽지 않다는 둥, 누군 상해 산 지 10년이 되는데도 처음 와 보는데, 상해에 산 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은 웬 복이냐는 둥, 찌는 듯한 날씨이지만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면서 모두들 신나했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첨벙첨벙 헤엄치면서 바위 밑에 숨어있는 다슬기를 잡기도 하고, 어릴 적 개울가에서 하루 종일 멱 감고 놀던 왕년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아빠들은 아이들보다 더 신나는 물놀이에 지는 해가 아쉬웠지요. 우리 엄마들은 그런 아이들과 아빠만 보아도 괜히 즐겁잖아요. 옆에서 준비해간 삼겹살과 된장국으로 저녁을 차리고 물놀이를 마치고 나온 식구들이 정자 밑에 모여 계곡의 물소리를 벗 삼아 저녁을 먹는 맛이란!
짧은 1박2일의 계곡을 찾아간 여행이었지만 올 여름의 무더위를 한 번에 날려버린 두고두고 생각할 것 같은 산 속의 여행이었어요. 어때요? 한 번 용기를 내 볼만 하지요? 다시 한 번 강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