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다보면 종종 혼자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긴다. 창 밖을 내다보며 구름 위에 떠서 마시는 커피향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서울-상해 비행기는 더 이상 여행이나 낭만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없게 되었다. 사업차 왕래하시는 분들로부터 골프매니아 아저씨들까지 북새통을 이루기 때문이다. 타고, 밥 먹고, 내리고… 이건 완전 수송용일 뿐이다.
하긴, 아줌마인 내게 비행기는 낭만이나 수송용을 넘어서 이제는 짐 운반용이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짐 붙일 때부터 무게 초과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상해에 도착해서는 멸치며 오징어 같은 건어물을 안 빼앗기려고 또 한바탕 난리다. 언제쯤 사모님답게 핸드백 하나만 들고 우아하게 비행기를 타는 날이 오려나 싶다.
이렇게 팍팍한 감정으로 출구를 나오는데 여행사에서 나온 사람들의 이름 글자판 사이로 오랜만에 본 아름다운 장면이 있었다. 작은아들은 아빠 어깨에 목마를 타고 큰아들은 꽃다발을 들고 아빠 옆에 서 있었다. 작은아들의 손에는 ‘엄마, 한국 잘 다녀오셨어요? 엄마, 보고싶었어요.’라는 플랭카드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혼자 한국에 다녀오는 엄마를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인 것 같았다. 그 모습은 공항 한편에 걸린 명화처럼 감동적이었다. 어느 집 남편인지는 모르지만 보는 내게도 따뜻하게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저런 아빠를 보고자란 그 집 애들은 나중에 크면 분명 여자를 행복하게 하는 남자가 될 것이다.
잘 아는 언니네 아저씨가 아주 중한 병에 걸려서 한 달 이상 상해를 비운 적이 있었다. 다행히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서 다시 상해로 오게 되었는데, 그 집 운전 기사가 출구에서 ‘歡迎來上海’라고 쓴 글자판과 꽃다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운전 기사의 자리는 주차장임을 잊지 않고, 항상 지하실 주차장에서 전화를 기다리는 우리 집 기사와는 사뭇 다르다.
포동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