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성공 이룬 반면 정치적 영향력 쇠락
홍콩의 한 언론은 최근 중국 정부의 최고위 조선족인 이덕수(64)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이 조만간 물러나고, 그 자리에 양촨탕(53) 부주임이 승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국가민족사무위는 중국내 55개 소수민족의 권익을 대표하는 국무원의 장관급 부처다.
이 주임이 퇴진하면 중국 중앙 지도부에서 고위직 조선족이 사실상 사라진다. 한때 베이징에서 조선족을 대표했던 조남기 상장도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끝으로 은퇴했다. 조선족 관료들은 현재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공상련) 서기로 옮긴 전철수 전 길림성당위 부서기 외에는 대부분 동북3성에 포진해 있다. 그나마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 중앙 정치무대에서 조선족의 쇠락은 세계화한 조선족의 어두운 단면이다. 국제화와 개방화로 무장한 조선족은 경제적인 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조선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부를 자랑한다. 영아 사망률도 낮고 교육수준도 높다. 그러나 이들이 한꺼번에 중국 대도시와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조선족의 정치적 영향력도 뿔뿔이 흩어졌다.
한때 `중국 속 한국'으로 불렸던 연변조선족자치주도 뼈대만 남은 지 오래다. 1957년 65%에 이르렀던 이곳의 조선족 비율은 지난해엔 37.27%로 떨어졌다. 1996년~2000년 조선족 아동들의 조선학교 취학률은 절반 밑으로 뚝 떨어졌다.
정체성의 혼란도 심각하다. 정신철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 논문에서 "조선족의 도시화 정도는 중국에서 제일 높다*며 "과거 농촌의 집단적 생활방식이 급속히 해체되면서 민족적 특징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본지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