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토요일의 점심을 가족끼리 집에서 즐기려고, 마트에서 이것 저것 여러 가지 식품을 사서 배달 시켰다. 평상시엔 30분 정도면 충분했었다.
'아무리 늦어도 넉넉잡아 40~50분이면 족하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1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배달이 되지 않고 있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맘도 그에 못지않게 급해졌고, 급기야는 참다 못해 마트에 전화를 하게 되었다. 벌써 배달을 나갔는데 아직 도착 안했느냐며 오히려 되물으며 자기들도 `'이상하네요, 좀 있으면 도착할 것 같으니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라는 답이었다. `'그냥 간단하게 몇 가지만 사가지고 직접 들고 올걸...'하는 후회가 마음 한 구석에서 슬슬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이젠 짜증과 화가 나기까지 했다. 또 한번 마트에 전화를 걸어보니, 내내 똑 같은 대답뿐, 기다리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였다. 가족들은 이제 언제 식품이 배달돼 오냐는 성화와 함께, 나로서도 대답해 낼 수 없는 질문들을 해대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응'? ' 하는 말로 달래 보긴 했지만, 이젠 나도, 나의 어리석음과 짜증과 불평이 한데 엉켜, 그야말로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기 시작했다.
30분이나 더 흘러, 드디어 집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내심 반갑기도 했지만, 맘 졸이며, 식구들 눈치 보며, 기다린 걸 생각하니, 울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다. 문을 열고서 배달원이 무슨 말을 하나 보자 벼르며, 화난 기색으로 빤히 쳐다보니, '먼저 `늦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할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없이 물건만 건네주고 돌아서 가려고 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왜 이렇게 늦었느냐? 점심 먹으려고 산 찬거리가 이제 오면 어떡하냐? 마구 불평을 터트리자, 이 아저씨! 두 손을 내저으며 하는 말, 배달 오다가 잘못하여 다른 오토바이랑 부딪혀서 그것 해결하느라, 자기로선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다는 것! 그리고 "메이요 팡파! 메이요 팡파!”만 연거푸 말하는 것이었다. 이럴 땐 정! 말! 이! 지! 가슴이 탁! 탁! 막힌다. 물론 내게도 달리 표현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다. 그야말로 나도 `'메이요 팡파'로소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저리도 간단한 한 마디로 이 상황을 그냥 넘기려 한단 말인가?
화가 난다고 이미 산 물건을 돌려 보내자니, 우리 가족들이 조금 후에 누릴 수 있는 조그마한 행복이 없어질 것이고..... 그냥 나도 아무 대꾸도 못하고서 그저 물건만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정말 속상했지만 그야말로 그 간단한 한마디 `'메이요 팡파''였다.
분명 배달 용지 위에 전화번호를 남겼건만, 그건 무슨 의미였던건가? 그건 뭔가 다급한 상황이라던지, 돌발 상황 시 연락할 방법이 아니었던가! 정말이지 방법이 없었던게 아니지 않았던가.... 중간에 전화라도 한번 걸어 사정을 얘기해주며, 양해를 구했더라면, 이 마냥 기다리고만 있던 우리들의 이해의 폭도 조금은 넓어졌으련만.....이 `'메이요 팡파'라는 정! 말! 이! 지! 이 무책임하고도 정이 뚝! 떨어지는 이 말 한마디로 그냥 넘어 가려 하다니...
배달원이야 자기 나름대로 오토바이가 부서져 무척이나 속상했겠지만, 요즘 같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고객 서비스 만족'의 시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이방인들은, 이럴 땐, 눈물 겹도록 고국에서의 고객 최우선 접대 서비스가 그립기 그지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상해엔 이젠 한국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졌고, 그에 따라 한국 마트들 또한 많이 늘고 있다. 이에 다른 외국인들도 덩달아 많이 드나들고 있다. 한국 마트, 이 곳은 한국의 이미지를 많은 외국인들에게 파는, 그야말로 축소된 한국 국제 상거래지인 것이다.
`'메이요 팡파'라는 말 대신에 우리 고객들에게, 우리 소비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보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서비스의 장으로 우릴 대해 줬으면 좋겠다.
▷아침햇살(sha-bead@han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