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는 어떤 일들이 있을까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데, 아들은 자기가 개띠라 자기 해가 왔다고 좋아한다. 하긴 이 험한 세상에 띠 한바퀴를 무사히 잘 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이맘때면 남편은 친분이 있는 중국 친구들에게서 받은 작은 선물들을 들여온다. 호랑이를 그린 화첩, 산수화 벽걸이, 자기네들 식의 빨간 등, 고추 꾸러미 엮은 것 같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물건… 그 중에 남편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하는 것이 있었다. A4용지 크기의 붉은 종이에 금테를 두른 굵은 글씨로 '돈 많이 벌라'는 뜻의 '發財'라고 한 자씩 쓰여진 종이었다. "이거 좋은데, 식탁 밑에 깔아야지!"하며 유리를 들고 밀어 넣는다.
하긴 우리가 내 나라 떠나 여기까지 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집집마다 사정은 좀 다르겠지만 어쨌든 돈 많이 벌어 부자되는 꿈을 안 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해마다 한국사람들이 늘어나는 속도를 보면 '상해의 꿈'을 안고 건너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포동에도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한국식품점이 많이 생기고, 심지어 찜질방까지 생겼다. 나는 주인이 한국 사람인 음식점을 지나면 손님이 많은지 들여다보게 되고, 가게는 매상이 좋은지 걱정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곳에 와서 성공을 하기도 하지만 실패하고 돌아가는 비율이 더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지레 걱정이 되어서이다. 올해는 한국 가게 주인들, 많이 웃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주변에 부동산이나 인테리어 하시는 분들이 작년에 무척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사람 관계의 믿음은 남아있기를 기도했다. 그런 조그만 믿음의 불씨가 올해는 활활 타올라 주위를 따뜻하게 했으면 한다.
우리 남편같은 샐러리맨, 큰돈 벌 일은 없지만 부자 될 꿈을 꾸는 이들도 그 꿈을 잃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식탁 색깔과 어울리지도 않는 부적 같은 붉은 종이를 보며 매일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소화는 안될 것 같지만, 새해는 되든 안되든 꿈을 꿀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한국 사람들, 올해는 모두 부자 되세요!
▷ 포동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