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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서엄마 따라잡기

[2007-10-30, 00:04:03] 상하이저널
얼마 전 방영된 TV프로 중에 <강남엄마 따라잡기>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한국 엄마 치고 자녀의 교육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남은 인생을 부부도 가족도 없이 오직 자녀 교육만을 위해 '올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회 문제가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살 때도 꼭 강남에 살면서 아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떠난 지 벌써 5년, 요즘 강남 엄마들은 어떤지 한국의 현실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뭔가 정보나 얻을 것이 있을까 해서 초반에는 열심히 시청을 했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지나치게 왜곡되는 부분이 있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면도 있고, 실제 교육 현장에서 그런 아이들과 15년을 함께 생활했던 나로서는 화가 나는 부분도 있어 중간에 시청을 그만 두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일이다. 이 상해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우리는 상해에 와서 줄곧 포동에 살았다. 지금은 한국사람이 많이 늘었지만 초창기만 해도 아파트 단지에 한국 사람이 이사 오면 누군가 궁금하고 인사를 가야 할 만큼 사람이 귀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다니는 국제학교 같은 반에는 한국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4학년 때였던가 흥분된 어조로 자기 반에 한국친구가 한 명 왔다고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 애는 포서에 산다고 했다. 두 아이는 사는 곳이 다른 만큼 생활하는 모습도 차이가 있었다.
"엄마, 상현이는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10시래."
"뭐? 아니 4학년이 뭐 그렇게 할 게 많다고 학원을 다녀? 가서 뭐를 배우는지 좀 물어보지. "
"국어, 영어, 수학, 그런거 다 배운대."

학교 갔다오면 저녁 먹고 숙제하고 TV좀 보다 보면 내일 일찍 학교 가야 할 생각에 밤 10시면 잠자리 준비를 하는 우리 아들 같은 아이도 있는데 그 애는 아마도 학원 종합반을 다니는 모양이다. 엄마가 교육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포서애들은 학원도 다니고 다른 과외도 많이 시킨다는데 나는 이렇게 푸른 풀밭에서 외국애들하고 총싸움, 물싸움이나 시키고 있어도 되는지 내심 걱정이 안 되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에 보낼 학원도 없고, 주위의 분위기가 그런 거 하는 애들도 없어 보였다.

"아들, 우리도 외국 선생님이라도 불러서 영어 공부 좀 따로 하자."
"하루종일 학교에서 외국 선생님이랑 공부했는데 뭐 하러 집에 또 불러, 그냥 혼자 복습하면 돼요. "
하루에 책 일정량 읽기, 수학 문제집 스스로 풀어서 검사받기, 영어 단어 외우기… 그런 몇 개의 약속을 하고는 넘어갔다.
그게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수학이 8학년 과정을 넘어가니 나도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아지고, 영어는 이미 도와줄 수준을 넘었다.

그나마 주말학교에 좋은 선생님이 많으니 모르는 수학 문제가 있으면 표시해 두었다가 토요일에 가서 여쭈어 보라고 시키는데, 영어는 얼마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아들은 욕심도 있고 승부욕도 어느 정도 있어서인지 부모가 칭찬할 정도의 학교 성적표를 흡족하게 받아왔다.

그런데 얼마 전, 외국에서 공부를 하셔서 영어를 잘 하시고 국제학교에 시간 강의도 나가시는 어떤 엄마와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 말씀이 학교 성적 믿을 게 못된단다.
물론 자신이 나가는 학교 얘기지만 학점 좋아도 영어 실력 형편없는 애들이 수두룩하단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학원 돌리면서 빡세게 공부시켜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은근히 걱정된다.

한국에서 석차가 나오지 않는 초등학교때는 다들 우리 아이가 잘 하는 줄 알다가 중학교 올라가 첫 시험 보고 적나라하게 반 석차, 전교 석차가 나오면 기절하게 놀라는 부모가 많다. 나도 절대점수만 보며 마음을 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아들이 점수를 받아오면 점수 자체로 칭찬하기 전에 "이 점수면 네 반에서 몇 등이냐?"를 묻게 된다. 1, 2등이라면 잘한 것이지만 반 전체가 다 90점 이상이라 하면 그다지 칭찬할 일이 못되기 때문이다.

'학업은 ‘자생력'이 중요하지, 언제까지 누가 붙어서 시키고 가르치고 할 거야? 하지만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하고는 많이 달라진 세상이라 잘 하는 녀석도 끌어주면 더 잘하지.'
요즘 포동에도 슬슬 바람이 불고 있다. 학원도 생기고, 영어나 수학, 미술, 논술을 가르치는 공부방도 몇 개나 되고, 내년이면 특례입시도 하는 어떤 학원이 제대로 들어온다는 입소문도 있다. 나도 누군가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고 하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옛날 5공 시절에 한국에서 과외가 법으로 금지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힘 있는 사람은 뒤로 다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도나도 다 같이 안하면 마음은 편하다. 앞집애도 윗집애도 뭔가 배우러 다닌다 하니 나도 `거름통지고 시장 따라가는'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나의 <포서엄마 따라잡기>는 더디게 시작되고 있다.▷ 포동아줌마
(delpina@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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