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반도의 남녘은 곱게 물든 단풍이 절정이라는 한국 TV 뉴스를 한참 동안 부러움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낭만스런 낙엽 대신 볼품없이 빼짝 말라 떨어지는 상해의 가을 초목을 통해 사색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느끼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정취도 없고 하루하루 분주한 삶이지만 한 권 책의 소중함과 생각의 힘을 새겨보는 가을이기를 소망한다.
얼마 전 발표된 2008년 대학입시 요강에 대한 한 신문 해설 기사는 역시 이번에도 당락 결정은 논술이라고 말한다. 일정 학교, 학과에 지원한 학생들의 시험 점수나 내신이 거의 대등하기에 결국 논술에서 판가름 난다는 논지이다. 비단 한국만의 얘기가 아닌 미국의 에세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많은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생각과 내용 있는 글쓰기를 대학 입시에 반영해 오고 있음은 이미 주지하는 바이다.
문제는 논술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평소 준비를 게을리 한다는 점이다. 영어, 수학 같은 중요 과목에는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정작 당락을 결정짓는 논술은 찬밥신세인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나 개인은 급하고 중요한 일을 우선시함에 반해 성공을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을 동일하게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글쓰기의 세 가지 요소는 배경지식, 구성력 그리고 문장력이다. 세 가지 모두가 중요하지만 첫 번째 요인인 배경지식이 없는 문장 구성과 표현력은 무의미하다. 평소에 꾸준한 독서를 통하지 않고서는 결코 주어진 주제에 대한 내용 있는 글을 쓸 수 없다. 독서와 중요 과목에 대해 동등하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입시만을 위한 독서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진정 자녀들이 의미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기를 원한다면 자녀들을 독서하는 사람으로 길러야 함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예로,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한 에디슨의 명언의 실체는 이렇다. 사람들은 대개 에디슨은 분명 천재이기에 그처럼 수많은 발명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에디슨의 능력은 독서의 힘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던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수많은 책을 읽었다고 한다. 서가의 책을 골라가면서 읽은 것이 아니고 서가의 처음부터 시작하여 끝까지의 모든 책을 빠짐없이 몽땅 읽는 식의 독서였다고 한다. 그는 책을 읽은 것이 아니고 도서관을 읽은 것이다.
`멘토(mentor)'의 저자 R. 이안 시모어는 그 책에서 자기 자녀에게 쓰는 편지에 `독서와 정신의 관계는 운동과 신체의 관계와 같다'는 명언을 인용하며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아울러 `셈페르 파라투스(semper paratus)'라는 라틴어의 의미를 일러주고 있다. 그 뜻은 `언제고 준비되어 있는'이다. 할 수 있는 한 독서와 배움을 통해 언제나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사랑의 메시지이다.
우리는 과연 자녀들에게 누구입니까? 이 세상에 수없이 존재하는 또 하나의 선생이나 코치입니까 아니면 진정한 멘토입니까?
▷최경연(솔로몬 독서 논술 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