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진출 조선족부모 고민
청도에 거주하는 조선족이 20만 명을 넘어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선족 최대의 집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청도, 이곳에 거주하는 조선족 부모들은 자녀가 우리말과 글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 때문에 고민이다.
14년 전 남편과 함께 청도에 온 장 모씨의 어린 아들은 4살때부터 한족아이들과 어울려 놀고 생활해 오다 보니 우리말은 겨우 알아들을 정도이고 대화는 전혀 불가능하며 중국어도 표준어가 아닌 방언을 자주 사용한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처음에는 대견스럽기까지 했으나 지금은 점점 걱정이다. 가족 사이 대화도 중국말로 오가고, 부모가 묻는 말에도 꼭 중국어로 대답한다. 게다가 방언이 섞여 알아듣기 힘든 경우도 많다.
청도에 온지 2년밖에 안된 박 모씨. 큰 애가 연변에서 조선족소학교(초등학교)를 4학년까지 다녔기 때문에 우리말 대화, 글짓기 등에 익숙해 있어 처음에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으나 둘째의 돌잔치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돌잔치 축하를 우리말이 아닌 중국어로 했기 때문이다. 짧은 2년사이 의사표현도 이제 중국어가 더 익숙해 보이는 큰 애를 바라보며 청도에서 태어난 둘째의 앞날이 더욱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조선족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조선어를 잊는 것을 원치 않으며 적어도 의사표현 정도는 우리말을 사용하기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조선족이 집중되어 살고 있는 성양구나 리촌 같은 경우에는 그나마 조선족이나 한국학생들이 많아 학교에서 우리말로 소통할 수 있으나 시남구나 시북구의 학교에는 조선족이나 한국 학생들이 적다보니 완전 <한족화>되어가고 있다.
언어 환경이 축소되고 있는 실정에서 조선족 자녀들의 민족문자 및 언어 상실은 시간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남룡해 청도조선족과학문화인친목회 회장은 "청도에서의 민족동화는 시간문제*라며 "우리가 민족교육을 견지하고 있고 또 여러 가지 민족행사를 벌이는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 세대라도 민족동화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청도에 진출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어도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조선족 부모들, 대안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따져보는 이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