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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진 칼럼>중국은 시간이 말한다, 중국인과 함께 천천히 기다리며 즐겨라

[2007-12-11, 05:00:01] 상하이저널
우리 한국인은 놀라운 정신력과 용기 그리고 패기로 세계무대의 중앙에 우뚝 서게 되었다. 세계 정상급의 국가가 되기에는 아직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제 어디와 비교해도 그리 꿀리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상하게도 그 정신력과 용기 그리고 패기가 잘 통하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은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이 좋은 한국인이라도, 아무리 용기 있고 패기가 넘치는 사람이라도 모든 외국인이 겪는 중국과의, 중국인과의 문화적 충돌과 충격 그리고 많은 착오를 직접 겪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직접 체험하지 않고 간접적 보고나 지인들의 입을 통한 혹은 책을 통한 경험은 중국에서 그리 바람직한 경험이 될 수 없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서방 국가의 대부분은 중국과 조금 다르다. 법이 이미 세부적인 내용까지 제대로 잘 정비되어 있어 투자자들은 그 법의 테두리 안에서 착실하게 일을 하면 큰 문제는 피할 수 있다.

거기다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은 매우 많아 그런 곳에 파견되는 주재원이나 사업가들은 모두 언어상 기본적인 의사소통 이상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욱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법이 그 속도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고 우선 인맥이라고 번역되는 '꽌시'가 법과 규칙을 우선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법과 규칙이 외면당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거기다가 언어는 왜 그리 어렵고 힘든지 중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한국인이 또한 많지 않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중국인과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렇게 하려면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을 이겨내야 하고 그들의 웃음의 뒤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내가 먼저 화내고 내가 먼저 끝내자고 하는 순간 중국인과의 관계에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어도 중국인과 똑같은 성질을 품고 있는 언어다.

시간이 지나야 귀가 뚤리고 시간이 지나야 말이 된다.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어는 그 시간이 훨씬 길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당신을 중국인과 친구로 만들어 주듯이 중국어라는 언어도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다.

또한 중국어는 배울수록 어려운 언어이기 때문에 초급은 쉬운 것 같지만 중급에서 고급을 가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 가능 할 것이다. 천천히 조급해 하지 말고 중국을 배우고 중국인과 친구하며 중국어를 습득해야 한다. 그러면 중국의 문화와 습관이 와 닿게 되고 그러다 보면 중국이 내 것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은 있다. 중국에 오래만 있다고 되는 것일까? 절대 아니다. 우리끼리 같은 아파트촌에 모여 살고, 저녁이면 그 앞의 맥주 집에서 맥주 한잔하고 한국인끼리 골프치고 밥 먹고, 술 먹고, 아줌마들은 한국아줌마들끼리 모여 수다 떨고, 골프치고, 커피 마시고 이런 생활을 중국에서 아무리 오래 한들 과연 중국을 느끼고 배우고 여기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계속 된다면 절대 중국에서 우리는 뿌리내릴 수 없는 민족, 외국인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생활 패턴을 찾아야 할 것인가? 그야 간단하다. 중국인과 만나고 중국인 가정과 친구로 친하게 지내며, 중국어로 대화하고, 중국인과 중국 식사하면서 10년을 보내면 필자가 말한 위의 일들은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중국의 유명한 아름다운 곳도 좋고 상해 주변의 문화기행도 좋고 자주 가족과 중국을 느끼고, 특히 요즘 나온 문화혁명과 관련된 생생한 경험을 소개한 책도 읽고, 중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중국의 어두운 곳에 작은 돈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기부도 하고, 중국뉴스도 보고, 중국신문도 보고, 중국주식도 해 보고, 중국기금도 사 보고 이런 생활을 하면서 즐기며 중국에서 세월을 보내야 중국에서 진정한 중국통 진정한 중국교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일들은 천천히 즐기면서 해야 한다. 한꺼번에 일 년 안에 해치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 우리가 이룩한 기적을 다시 중국에서도 이루고 싶다면 우리끼리 즐기고, 우리끼리 마시고, 우리끼리 노래하는 생활은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투자해서 바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빨리 성공하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아직도 있다면 지금 당장 보따리를 싸는 것이 손해를 덜 보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이제 12년을 기다렸다. 이제 무슨 결실이 있을까 하고 주머니를 벌려 담아보려고 한다.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러분들도 중국이라는 곳이 대기업이나 몇몇 큰 투자를 한 조직이 잘 갖춰진 기업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현실을 다시 한 번 직시하며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중국은 만만한 곳이나 중국인은 만만하지 않다는 책제목이 오늘 왜 이리 마음에 와 닿는지 모르겠다.
인하대를 졸업하고 대만국립사범대학대학원을 수료했다. 동양엘리베이터 상하이지사장과 엘칸토 중국법인장을 거쳐 현재 한국구두제품 중에 중국에서 가장 고급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YEBN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고 있는 燁彬(上海)國際貿易有限公司의 동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로는 <13억의 중국 20억의 기회>, <미국인도 유학가는 중국 MBA>가 있다.
elchjlee@hanmail.net    [이학진칼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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