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비망록(원제: China Hands)'은 5, 6공화국 시절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임스 릴리 대사의 자전적 회고록이다.
책머리를 "중국과 우리 가족의 인연은 양쯔강 물길을 따라 늘어선 풍경화 같은 산봉우리들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비롯된다*로 시작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중국과 아시아와의 인연을 전편에 걸쳐 흥미롭게 써내려 간다.
그의 부친은 1916년 서양열강의 침탈과 민국성립 등으로 복잡한 시기, 화동(??)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 미국 스탠더드 오일을 판매하기 위해 중국에 발을 들여 놓았다. 부모의 중국 생활 속에서 4째 아이로 칭다오에서 출생한 저자는, 국공합작과 중일전쟁 등 어린시절을 중국에서 보내면서 직접 겪었던 일화들을 생생히 들려준다.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앞두고 귀국하면서 멀어질 것 같던 중국과의 인연은 저자가 예일대학에서 중국을 공부하고, CIA에서 중국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오히려 본격화된다. 그 후 미중수교와 베이징 근무, 덩샤오핑 등 지도자들과의 만남, 주중대사로 부임한 부시 전 대통령과의 인연, 타이완 근무와 주한대사, 주중대사를 지내면서 겪은 하나하나의 역사들을 저자는 실감나게 전하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중국에서 십년간 살면서 겪었던 갖가지 에피소드들은 중국에서 생활하는 우리들 모두를 공감하게도, 웃음짓게도 한다. 또한, 중국과의 인연을 소중히 하고, 중국인들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하면서도, 자국 국익을 위해 고민하는 저자의 면면들은 우리들의 중국과의 관계를 곱씹어보게 한다.
무엇보다도 나라를 잃은 고난의 시기 상하이를 시작으로 중국 각 지역에서 항일 구국운동을 펼치신 할아버님, 대만대사를 지내신 부친을 따라 시작된 중국과의 인연, 그리고 현재는 상하이 총영사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본인으로서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남다르지 않게 마음에 다가왔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