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 이야기>‘삼겹살 돌 구이 판’에 대한 단상

[2006-03-21, 03:04:04] 상하이저널
아이들도 개학을 하고 학기 초의 부산스러움이 어느 정도 가셔진 따사로운 봄날. 방학 내 서로 바빠서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모처럼 점심 약속으로 마음까지 설레는 기분 좋은 오후다.

개업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주인아주머니의 깔끔하고 맛깔스런 솜씨로 중국인 손님도 제법 있고, 살림하는 주부들이 큰 부담 없이 먹기에 좋은, 괜찮은 집을 찾았다. 따라온 꼬마가 고기 먹고 싶다는 바람에 전골이 고기구이로 바뀌고, 복무원 아가씨의 열성적인 권유(?)로 점심인데도 김치 삼겹살 구이를 주문하기에 이르렀다.

삼겹살을 굽기위해 가져온 구이 판은 밖으로 기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되어있어서 고기는 고기대로 기름기를 쪽 빼고 먹을 수 있었고, 기름은 기름대로 받아내는 출구가 있어서 아주 편리해보였다. “어쩜 이렇게 구이 판을 잘 만들었는지…” 신기해하며 격찬하자 “이제야 이런 구이 판을 보았느냐”는 힐문이 들어온다. “한국에서는 진즉에 있었던 것인데 몰랐느냐?”고.

그러고 보니 내게는 한국의 모든 실정이 조국을 떠나온 그 시점에서 고정되어있는 것이다.
 
10여 년전 한국을 떠나 가끔씩 방문하는 한국은 나그네일뿐, 여전히 10여 년 전의 시선으로만 한국을 바라볼 뿐이지 체득되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변화무쌍한 세월과 문물 앞에서 잠시 위축되는 나를 본다. 나만 빼 놓고 멀리 달음박질 하는 사람들, 세월들, 상황들.

그러나 이 따사로운 봄이 여지없이 오듯, 우리에게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가치들이 있지 않은가.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서 쉽게 묵살해 버리려는 유혹이 조급한 우리네 삶에 행세하려 하지만 세기를 두고 면면히 흐르는 소중한 삶을 오늘도 붙들고 싶다.

조금 더 인내하기, 내가 더 사랑하기, 보다 더 부지런하기, 참으로 더 겸손하기.......
 
▷완커아줌마 진선정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5.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6.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7.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8.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9.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10.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경제

  1. 中 외국계 은행 ‘감원바람’… BNP..
  2. 상하이, 일반·비일반 주택 기준 폐지..
  3. 텐센트, 3분기 영업이익 19% ↑
  4. 中 무비자 정책에 韩 여행객 몰린다
  5. JD닷컴, 3분기 실적 기대치 상회…..
  6. 바이두, 첫 AI 안경 발표…촬영,..
  7. 中 12000km 떨어진 곳에서 원격..
  8. 금값 3년만에 최대폭 하락… 中 금..
  9. 中 하늘 나는 ‘eVTOL’ 상용화에..
  10. 샤오미, 3분기 매출 17조…역대 최..

사회

  1. 中 근무 시간 낮잠 잤다가 해고된 남..
  2. 불임치료 받은 20대 중국 여성, 아..
  3. 上海 디즈니랜드, 12월 23일부터..
  4. 상하이 심플리타이, 줄폐업에 대표 ‘..
  5. 유심칩 교체 문자, 진짜일까 피싱일까..

문화

  1. [책읽는 상하이 259] 사건
  2. [책읽는 상하이 260] 앵무새 죽이..
  3. [신간안내] 상하이희망도서관 2024..
  4. 상하이 북코리아 ‘한강’ 작품 8권..

오피니언

  1. [인물열전 2] 중국 최고의 문장 고..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
  3. [무역협회] 미국의 對中 기술 제재가..
  4. [허스토리 in 상하이] 당신은 무엇..
  5. 상해흥사단, 과거와 현재의 공존 '난..
  6. [박물관 리터러시 ②] ‘고려’의 흔..
  7. [허스토리 in 상하이] 떠나요 둘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