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송뽀송한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 찬 동그란 눈, 휘날리는 듯한 흰 수염… 우리집의 못말리는 '파괴냥이 행운씨'의 모습이다. 행운이는 예쁜 털빛깔을 가지지도, 명문가 출신의 족보 있는 고양이도 아닌 아주 토종 고양이다. 행운아빠가 "얘는 밖에 풀어 놓아도 잡아갈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한 고양이다.
출근길에 어미 잃고 비틀거리는 작고 여윈 고양이 한 마리를 줍게 된 것이 행운이와의 인연의 시작이다. 염증이 심해 보기 흉할 정도로 두 눈이 붙어버려 처음에는 소경고양인줄 알았다. 그날 저녁 상하이에 세찬 바람이 불고 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우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행운이의 운명은 거기서 비극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놈은 운 좋은 녀석이야." 행운이 아빠의 말 한마디에 이 운 좋은 녀석은 행운이라는 예쁜 이름을 얻게 됐다.
고양이는 원래 애교덩어리라는데 안아주는 것을 질색하는 행운이. 안기만 하면 "우~"소리 내며 화를 내고 내리려고 몸부림이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경고도 무시하고 달려들어 손이나 발을 물거나 할퀴기도 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그것도 꼭 만만해 보이는 엄마한테만 달려든다. 집안 곳곳도 행운이의 발톱 맛을 보지 않은 곳이라곤 없다. 비싸게 주고 산 가죽소파는 행운이의 발톱에 뜯기고 할퀴어 볼품없이 해졌고 아빠의 슬리퍼에도 발톱도장이 꾹꾹 박혔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많은 행운이는 특히 쇼핑백이거나 박스, 비닐봉투, 아무튼 기어 들어갈 수 있는 무언가가 보이면 반드시 비집고 들어가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내가 붙여준 별명이 '쇼핑백 고양이'다. 또, 말을 통 안 듣고 하는 짓도 말썽꾸러기여서 `꼴통 행운이'로 통하기도 한다.
꼴통 행운이한테도 착한 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출근하는 아빠 바래드리기, 퇴근하는 엄마아빠 반기기 등이다.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니기 좋아하는 행운이 때문에 엄마가 어느 방에 있는지 알아맞추기는 식은죽 먹기다. 방문 앞에 꼼짝도 않고 앉아서 엄마가 나올 때까지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가끔씩 엄마랑 숨바꼭질, 현란한 탁구공 굴리기 묘기, 유연한 점프력 보여주기 등으로 가족들을 기쁘게 하기도 한다.
우리 집에 온지도 어언 3년, 우리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웃음과 기쁨을 주는 행운이, 뛰어나와 반겨 맞아 줄 행운이를 생각하면 매일매일 귀가길이 즐거워 진다.
▷김연희(kyh737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