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한 중국 소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 재현한 아버지와 시민들의 사랑이 중국 언론에 보도돼 많은 중국인을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게 하고 있다.
'중국판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은 뇌종양 말기로 이미 시력까지 잃은 8세 소녀 주신웨(朱欣月)양.
지린성 주타이(九台)시 루자(廬家)초등학교에 다니던 신웨는 지난해 10월23일 체조시간에 갑자기 쓰러져 진단 결과 뇌종양이라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학교에서 반장과 각종 행사의 기수를 도맡다시피 했던 신웨는 평소 베이징 톈먼광장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기가 게양되는 장면을 직접 보고싶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신웨의 안타까운 사연이 성시만보(城市晩報)에 소개되자 그의 소망을 들어주겠다는 사람들이 나서기도 했지만, 이미 머리에 물이 찬 상태여서 악화한 병세는 베이징까지의 머나먼 여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소중한 딸의 마지막 소원을 저버릴 수 없었던 아버지 주더춘(朱德春)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팔아 신웨의 마음 속에 남을 '마지막 잎새'인 톈안먼광장 모형을 창춘시에 만들기로 했다.
성시만보(城市晩報)는 아버지의 '황당한' 생각을 다시 전했고, 창춘시의 300만 시민들이 마지막 잎새를 함께 그리겠다고 나섰다.
지난 22일 오전 9시30분, 아버지는 베이징으로 간다며 신웨와 함께 미리 준비된 버스에 올랐다. 이날 신웨의 집 앞에는 버스에 오르는 소녀의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베이징으로 가야할 버스는 창춘시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오전 10시30분, 버스 기사는 소녀가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톨게이트에 도착했다"고 소리쳤으며, 이어 버스 밖에 기다리던 사람은 각본대로 톈진(天津) 방언을 섞어가며 "이곳은 선양(瀋陽) 톨게이트입니다"라고 말했다.
버스는 다시 창춘시를 돌기 시작했고 드디어 소녀가 그리던 '베이징'에 다다른다.
각본 속의 베이징 경찰이 버스에 올라 "이 버스는 배기가스가 기준치를 넘는 경유차로 베이징시에 진입할 수 없으니 모두 내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아버지 품에 안긴 신웨는 버스에서 내려, 미리 준비된 다른 버스에 올라탄다.
오후 1시15분, 버스는 신웨만을 위한 톈안먼광장이 마련된 공공관계(公共關系)학교에 들어섰다.
2천여명의 학생들이 소녀의 마지막 소원이 이뤄지는 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한 학생이 북받쳐 오르는 감동에 못 이겨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오후 1시30분, 의장대가 등장하고 중국 국가가 연주되면서, 소망을 이룬 소녀의 입술에 행복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미 너무나 지쳐버린 신웨는 마지막 힘을 다해 손을 들어 국가에 맞춰 경례를 했고, 창백했던 소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국가 연주가 끝나고, 한 '인민해방군'이 소녀에게 다가갔다. 신웨는 인민해방군 군복의 위장과 모표를 만져보면서 힘겨운 목소리로 "아저씨 고생 많으시네요"라고 속삭였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신웨는 말했다. "어제 밤 꿈에 세상을 볼 수 있었어요. 병도 다 나았고 모두 함께 톈안먼광장에 가 깃발이 올라가는 것을 봤어요."
신웨를 위한 '마지막 잎새' 그리기에 나선 시민들의 온정은 소녀의 가슴에 깊숙히 아로새겨져 비록 꿈이었지만 눈을 뜨게 했고 소녀의 병을 고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