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상하이 온 지 5년 동안 알아온 중국 친구 한 명이 있다. 그 친구와의 첫 만남은 상해 오고 나서 처음으로 간 클럽에서 만났는데, 한참 얘기하다가 보니 바로 내가 어학 연수 하고 있었던 그 학교 학생인 것이었다. 나이도 나보다 4살이나 어리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우리는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인민 광장을 가자는 것이었다. 같이 가주면 자기가 ?客 한다면서 나를 꼬드긴 것이다. 나는 별 다른 약속이 없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만나서 바로 같이 인민 광장을 갔다. 가면서 그 친구가 얘기 하기를 헤어진 여자 친구한테 건네 줄 물건이 있는데, 혼자 가기도 뭐하고 또 여자 친구 쪽 에서는 아마도 새 남자 친구가 같이 올 거 같아서 부득이 하게 같이 가자고 했던 것이었다.
인민 광장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과연 이 친구 말대로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같이 오는 것이었다. 내 친구와 그 여자는 서로간의 상해말로 뭐라고 한참을 얘기 한 다음에 친구는 물건을 건네 줬다. 가는 커플들의 뒤 모습을 본 순간 내 친구는 어디서 배웠는지 한국말로 욕을 한번하고 나를 보면 씩 웃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그렇게 그 두 사람을 보내고 나서 그 친구는 밥을 사준다고 나를 KFC로 데리고 갔다.
근데 도착해서 그 친구가 주문한 건 겨우 옥수수 2개. 난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쳐다 봤다. 그러자 그 친구가 웃으면서 하는 말 "下次."
난 아직까지 그 친구를 만나면 이 날의 일을 말하면서 면박을 준다. 그러면 그 친구는 쑥스러워 하면서 그땐 돈이 없었다고 핑계를 대곤 한다. 그래도 이 친구랑 있으면 항상 재미 있어서 그 정도는 애교로 봐주곤 한다.
한 3년 전 여름이 다가 올 무렵쯤 기숙사를 나와 밖에서 살기로 결심한 날 그 친구가 자기도 기숙사 나오고 싶다고 해서 나보고 같이 살면 어떠냐고 물어 보길래, 중국어도 배울 겸 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그래서 찾은 집이 중국식으로 된 좀 저렴한(?) 집이었는데 그 친구를 위해서 계약을 했다. 이사를 마치고 집들이 할 겸 친구들을 불러서 한참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불이 나가 버린 것이었다. 에어컨도 멈춰버려서 우리들은 한 시간 가량을 자연 찜질을 했다. 친구들이 집에 가면서 하는 말들이 아직도 귀에 아른거린다. "잘 버텨봐."
꾸홍은 내가 중국에 관련 된 일들이 생길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전부 도와준다. 그 당시 내 중국어 수준은 유치원생들 수준도 안되어서 계약이라든지 파출소에 갈 일이 있다든지, 병원에 갈 일 있든지, 학교에서 내 주는 숙제라든지 등등 모든 일을 많이 도와주는 친구이다. 그래서 내가 항상 고맙다고 말을 하면 그 친구는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하면서 한국말로 "우리는 형제야*라고 말을 한다. 그런 모습이 참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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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 이 친구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 근처에 여자 옷 가게를 차렸다. 졸업하고 나서 영어 학원이다 취직 준비한다면서 돌아 다니더니 결국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가게를 차리게 된 것이다. 남자 옷 가게면 내가 한 벌 사려고 했는데 여자 옷만 취급해서 아는 동생들을 데리고 가서 한 두벌 사게 해줬다. 차린 지 얼마 안돼 손님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리 잡히면 자기가 거하게 한번 쏜다고하는 화끈한 녀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꾸홍! 이 형이 사 준거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 그래도 동생 가게 홍보 많이 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