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눈에 어린 자식은 무얼 해도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다 잠이 든 아이가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 "아이고, 내 새끼 많이 피곤했나 보네"하며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다. 코를 고는 아이가 귀여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체력을 과하게 쓴 날 한두 번 그런 것쯤이라면 쉽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습관적으로 코를 골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문제는 부모들이 아이의 습관적인 코골이를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한의원에도 코를 골아서 진료를 받으러 오는 부모는 거의 없다. 다른 질환 치료차 혹은 보약을 지으려고 들렀다가 문진 중에 코를 곤다고 이야기하는 정도다. 그러나 소아 코골이를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안면홍조, 수족냉증, 당뇨병 같은 성인질환을 앓게 될 확률이 커진다. 코골이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큰 질병이 다가올 수 있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코골이는 한마디로 몸의 기운이 막혀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신장의 열이 위로 올라가 인후의 기를 막아서'코를 고는 것이다. 오장육부 중에 우리 몸에서 호흡을 주관하는 장기는 폐와 신장이다. 폐는 내뿜는 숨을 주관하며 신장은 들이쉬는 숨을 주관한다. 호흡 자체는 폐가 담당하지만 신장이 폐에게 `들이쉬라'고 명령을 해야 폐가 제대로 숨을 들이쉰다.
코를 고는 장면을 가만 생각해 보자. 코를 골 때 문제가 되는 호흡은 내뿜는 숨이 아니라 바로 들이쉬는 숨이다. 즉, 신장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는 들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신장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신장에 과도하게 쌓인 열이 위로 떠올라가 몸속 기운의 흐름을 막고 아데노이드를 붓게 하는 탓이다. 소양인, 태양인 같이 체질상 열이 많은 양인의 경우 코고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신장에 쌓인 열이 위로 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은 단 음식과 육류를 즐겨 먹는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은 단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과자, 사탕, 초콜릿, 음료수……. 요즘처럼 달디 단 음식이 사방에 널려 있는 시대에 아이들의 혀는 자연스럽게 단맛의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다. 패스트푸드,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인기를 끌면서 육류의 섭취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 단위 외식문화의 발달도 단 음식, 육류의 섭취를 부추긴다.
밥이나 채소를 먹으면 관련된 장기가 유기적으로 일을 하면서 서서히 에너지를 내고 몸 속 에 필요한 진액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단 음식이나 육류는 우리 몸에 들어와 금세 열을 만들어 내는데 이 열은 위로 솟는 경향이 강해 기운이 흐르는 것을 막고 진액을 메마르게 한다. 이런 음식을 많이 먹으면 금세 목이 마르고 물이 먹힌다. 산업화, 서구화된 식습관이 아이들을 코골이로 만드는 것이다.
코골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위로 올라간 열을 다시 하초(신장이 있는 배꼽 아래 부분)까지 가라앉히는 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열을 식혀주는 현삼이나 맥문동, 생지황, 황백 등의 약재가 들어간 탕약을 먹여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를 골게 하는 생활습관을 해결하는 것이다. 한약으로 치료를 잘 하더라도 생활 관리를 하지 않고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재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 번 잡힌 식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채소를 많이 먹는 것 한 가지만 잘 해보자. 삼겹살, 갈비를 먹더라도 한입마다 상추를 두세 겹씩 싸서 먹고, 스테이크 한 입 먹을 때마다 야채 샐러드 두 입을 곁들이자. 가족끼리 외식을 하고 싶으면 쌈밥집으로 발걸음을 돌려 온갖 종류의 쌈을 만나보자. 이왕이면 치커리, 민들레, 씀바귀, 톳나물 같이 쓰고 신 채소를 많이 먹어야 좋다.
쓴 맛의 채소는 몸속으로 흡수가 잘 안되지만 한 번 먹어두면 그 영향력이 오래가고 원기를 보할 수 있다. 또한 음기가 강해 위로 올라가려는 열기를 잡아주어 몸을 편안하게 만든다. 육식동물은 빨리 뛰어도 오래 뛰지 못하는 단거리 선수지만 초식동물은 속도가 좀 느려도 오래 뛸 수 있는 장거리 마라톤 선수인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얘기다.
만약 채소의 효능을 무시하고 계속 단 음식, 육류만 먹어댄다면 100년 후엔 봄날 연못에서 개굴개굴 울어대는 개구리처럼, 온 집안에서 아이들이 드르렁 드르렁 합창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들숨과 날숨이 제대로 박자를 맞춰 조화를 이루어 내는지 오늘밤 아이의 숨결을 확인해 보라.
▷푸동 함소아 최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