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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정 들어서 뿔났다

[2008-06-18, 02:04:07] 상하이저널
2년여 가까이, 아이들 등교 길이면 늘 얼굴을 마주 대하고서 아파트 입구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로 담소를 나누고 하던, 이웃의 언니네가 이번에 완전히 미국으로 들어가게 되었단다. 이 곳 상하이에서의 생활에서 떠나 보낸 이들이 벌써 몇 되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맘이 더~ 허전해진다. 특히나 한국이 아닌, 머나먼 미국으로 완전히 가버린다 하니, 그 동안 정들었던 맘의 깊이만큼이나 서운함의 맘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만날 기회가 너무나 희박해 보이기에, 더욱이 맘 한구석에 휑~하는 바람소리만이 스며들어 오는 듯하다.

이런 맘은 나뿐만이 아닌듯하다. 1학년, 2학년을 같은 반 친구로, 여자, 남자친구로 지내왔던 우리아이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부엌에서 바라다 보이던 언니네의 거실의 붉은 등을 보며, ‘아직 안자고 뭘 하고 있을까?’ 잠깐 궁금해지기도 했었는데, 우리 둘 다 이젠 바라다볼 언니네의 따스한 불빛이 없어질 거라는 생각에 사뭇 가슴시리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젠 헤어지는 것 자체가 크나큰 홍역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새로운 만남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점차 줄어드는 건 왜일까? 정말 나이 탓이려나. 젊었을 때보단 마음을 터놓는 게, 사람을 사귀는 게 더 쉬워지긴 한 것 같지만 그 동안은 친구를, 정든 이들을 떠나 보내는 게 그다지 힘든 일만은 아니었는데……. 다시 꼭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도 나름 있었었는데… 이것도 세월 탓인 걸까? 젊음의 패기가 사라진 탓인 건가. 그나마 남아있던 조금의 대범함이, 걱정 어린 소심함으로 변해버린 건가? 참~어렵고도 힘들다….

문득, 우리가족이 서울에서 상하이로 떠나올 때가 생각난다. 지방에 계시던 아버지는 이 소식에 단걸음에 우리에게로 달려 오셨다. 차마 가지 말란 말씀은 못하시고, 외국에서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어렵고도 힘든 일이 일어날수도 있으니, 늘~ 몸조심! 몸조심! 하라셨었다. 그때만 해도 좀 젊었었던가, 이 곳에 와서 중국어 어학연수도 받고, 뭔가 또 다른 새로운 활력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만 마냥 부풀어, 아버지 당신의 헤어짐의 서글픈 맘을, 내 맘에 담아내지 못했었는데, 이제 세월이 흘러 흘러, 이곳에서 내가 정들었던 이들을 떠나 보내려 하니 우리 아버지의 그때 그 서글픔이, 그 뿔난 맘의 사랑이 고스란히 내 가슴 속에 파고드는 듯하다.

우리아이를 마치 자신의 아이 못지않게, 맛있는 거, 좋은 거 있으면 늘 기억하여 이것저것 챙겨줘 고맙기만 했던 언니였기에 떠나 보내는 맘, 이루 말할 수 없이 섭섭하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벤치를 지나칠 때면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 어떡하나 싶다.
떠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가슴 아파 뿔났었다. 괜시리 정주었다 싶어, 이 정든 맘을 어떻게 거둘까 싶어, 가슴 한구석이 씁쓸했었다.

그건 한 순간, 같이 보낼 수 있을 날이 하루 이틀 줄어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잠깐이나마 품었던 헤어짐의 서운함을 이젠 우리들의 추억정리로 마무리지으려 하고 있다. 늘 같이 있을 거란 생각에 제대로 된 사진도 한번 찍어보지 못했었고, 늘 만났기에 하다못해 서로의 이메일 주소조차도 물어본 적 없는데 이젠 서운한 맘 접어두고 훗날을 위한 준비를 해야겠다. 떠나 보낼 맘의 준비를….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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