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는 기초적 한국어 언어능력 및 한국어에 관한 여러 가지 규칙을 학습하며, 또 이렇게 습득한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문학과 비문학 전반에 걸친 독해력과 이해력을 배양하고, 나아가 종합적 언어 표현 능력을 발전시키는 과목이다. 한국어로 이루어지는 모든 학습 활동에 가장 기초가 되는 과목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한국 대학이 한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한다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건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해외에서 수학한 학생들이 한국 대학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에서, 어떤 형태로든 한국어 능력에 관한 평가가 포함되고, 또 그 평가의 결과가 매우 중요시되리라는 것 역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 당연하고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모국어이니 늦게 시작해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국어를 꾸준히 하면, 물론 제일 좋다. 모국어이니만큼 전 과정을 차근차근 밟으면 필요한 능력이 자연스레 완성될 것이며, 국어가 다른 과목의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처한 ‘특례’라는 특수 환경을 너무 두려워한다. 외국어는 만만치 않고, 수학도 두통을 유발하는데, 요새는 학교 공부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단다. SAT? 감도 안 잡힌다. 결국 복잡하고 어려운 것부터 하자는 생각에 빠지다보니 ‘쉽게 느껴지는’ 국어에 소홀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뒤늦게 시작하고 후회한들,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한정된 시간을 활용하여 국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확실한 학습 계획을 세우는 일이 중요해 진다.
계산에서 출발해보자. 보통의 한국 학생들이 입시 전까지 국어를 배우는 햇수? 매우 쉬운 질문이다. 초중고 12년. 그럼 총 몇 시간? 자 조금 복잡하다. 1년은 약 52주, 방학을 연간 3개월로 잡고 휴일도 과감하게 제외하면 36주 정도가 남는다. 교육과정에 따라 국어 시수는 대략 주당 5시간. 자, 그럼 계산. 36*5*12=2160시간. 물론 이 중에 30%정도인 기초 국어는, 한국어 사용 환경에 처해 있다면 자연적으로 습득 가능한 수준의 언어 능력이니 제해 보자. 그러나 나머지 70%,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절반이 조금 넘는 중3~고3과정의 공부는 양보할 수 없는 선이다. 입시 국어의 80%가 바로 전체 12년 과정의 38.5%, 즉 831.6시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그 외의 1300여 시간을 얼마만큼 압축시킬 수 있느냐’이다. 최대한 구겨 넣어 10분의 1의 시간만 투자하여 성과를 보자고 계획해도, 130시간. 총합 약 960시간. 주당 4시간 공부한다면, 240주, 4.6년이다. 고3 때 공부 시간을 두 배로 늘린다고 가정하더라도 3.6년, 늦어도 중3-2학기에는 고밀도로 국어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우선 공부를 시작하면, 그 다음은 교육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비교적 개인차가 적은 과목인 만큼, 충분히 대학 시험과 관련된 모든 영역을 다 배우고, 복습할 시간까지 확보된다. 960시간의 국어 공부를 통해 어휘/어법/현대문학/고전문학/비문학/논술/면접을 해결해야 한다. 많다고? 아니, 할 수 있다.
공부는 시기가 중요하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공부를 하느냐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만약, 아직 마지노선을 넘지 않았다면, 고민하지 말고 시작하라. 미래를 저당 잡힌 오늘을 살기보다, 미래를 개척하는 오늘을 살고자 한다면, 시작하라.
▷최영조(아카데미 국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