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하는 비만 팬더의 쿵푸마스터 도전기 고맙게도 상하이의 여름이 많이 늦어졌다. 더위 대신 저기압에 다습한 공기 때문인지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하다. 신나게 한바탕 어디 웃을 일 없을까? 친구들과 이것저것 떠올리다 CGV에서 <쿵푸팬더> 한글자막이 있다니 그거나 보러 가자. 만화영화가 뭐 의미 있겠냐, 한바탕 웃어나 볼까, 별 기대 안하고 가기로 했다.
영화 줄거리를 말하자면, 평화 계곡에 살고 있는 뚱땡이 팬더 포는 국수가게를 하며 가업을 잇기 바라는 아버지의 바람을 뒤로하고 쿵푸에 푹 빠져 산다. 어느 날 쿵푸의 성전 제이드 팰리스에서 개최하는 용의전사 선발대회 구경을 갔다가, 무예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5인방 제자(타이그리스-호랑이, 멍키, 크레인-학, 맨티스-사마귀, 스네이크-뱀)들을 제치고 우연하게(혹은 운명처럼) 용의전사로 뽑히게 된다.
그저 먹는 것 밖에 모르고 엄청나게 뚱뚱해서 계단 오르는 것도 힘에 부치는 국수집 출신 비만 팬더가 쿵푸 마스터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최강의 전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포는 비천한 출신과 형편없는 무예로 갖은 시기와 고초를 당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무예를 배우고 용의문서에 담긴 비급을 깨달아 악당 타이렁을 물리치고 결국 마을의 평화를 지켜낸다.
줄거리로만 본다면 참으로 말도 안되는 허무 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얻은 교훈은 무수하다. 그 중 하나는 불가능이란 것은 없다라는 것이다. 영화에서 불가능에 도전하는 포의 눈물겨운 노력은 정말 악전고투 그 자체다. 어찌 어찌하다 용의 전사가 되었지만 주위의 시기, 질투, 방해는 물론 자기 자신이 느끼는 열등감은 포를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건 자기 자신의 마음가짐과 서로가 서로를 믿는 신뢰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만 팬더는 일취월장하며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무예를 익혀 쿵푸의 달인이 된다. 애들 보는 만화에서 뭐 그런 감동이 있겠나 생각하겠지 만은, 나는 포를 통해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새삼 깨달았다. 그것도 아주 유쾌하게 웃고 즐기면서 말이다.
또 하나의 교훈이라면 꿈을 향해 도전하는 포의 모습이다. 국수가게를 하며 우리 집안은 혈관에서도 육수가 흐른다는 포의 아버지는 끊임없이 포에게 국수 만드는 일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국수가게만 하면 별다른 고민 없이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기에 아버지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 일수도 있다.
하지만 포는 쿵푸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다며 끝내 국수장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 도 있는 오직 단 하나의 꿈을 위해서 모두가 선택하는 편한 길을 포기하는 포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았다.
처음 우려(?)와 달리, 쿵푸의 ‘ㅋ’자도 모르는 비만 팬더가 쿵푸 고수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지킨다는 스토리의 이 영화는 황당무게한 스토리와는 별개로 솔직히 말해 나를 감동시켰다. 유쾌하게 웃을 수 있어 좋았고, 다 알고 있지만 실천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어 더 좋았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웃음과 감동과 교훈을 남겨주는 영화다.
▷문혜민(amyhmo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