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천국 中에선 부품별 꼼꼼히 체크해야
최근 한국인 이씨는 지난해 말 구입한 조립컴퓨터가 제대로 부팅이 되지 않아 A/S를 의뢰했다. 그러나 점원은 메인보드가 고장났으니 한 달이 소요되는 무상수리와 부품 재구매 중 택일할 것을 요구했고 이씨는 그럴 여유가 없다며 다른 곳에 유상수리를 의뢰했다. 알고 보니 문제의 메인보드는 짝퉁에 중고품. 이에 이씨는 당장 판매상을 찾아 배상을 요구했고 점원은 그럴 의무가 없다며 함께 핏대를 세웠다. 이렇듯 중국에서 조립형 컴퓨터를 구매한 뒤, 제멋대로인 A/S와 짝퉁, 중고 부품 문제로 골치 앓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짝퉁 및 중고 부품은 수시로 고장 나거나 단번에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일부 얌체 장사꾼은 고의로 본사에 수리를 맡긴다며 기간을 턱없이 길게 잡는데, 이들은 소비자들이 무상수리 조항을 알지만 한달을 대기할 여유가 없어 새로 하나 구매하리라 은근히 기대한다. 한 도매업 종사자는 짝퉁 판매로 우선 높은 마진을 챙기고 이후 수리비 등으로 갑절의 효과를 보려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한다.
견적 뽑기 전, 부품별 사전 조사는 필수
상하이의 대표 컴퓨터 조립 도매상가로는 美罗城, 芙蓉江电脑城,现代电子城 등이 있다. 이들 대형 도매상가 외에도 조립상가는 곳곳에 소규모로 분포해있어 중국에서 조립형 컴퓨터를 장만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문제는 짝퉁, 중고 부품이 판을 치는 이곳 도매상가에서 속지 않고 원하는 부품이 제대로 조립되나 확인하는 일. 같은 현장이더라도 소비자는 어떻게 계약하고, 어떻게 부품을 살피느냐에 따라 현명한 고객과 잠재 피해자의 경계선을 오가게 된다.
소비자들은 무엇보다 몇천 위엔선에 맞춰 알아서 해달라는 주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넌지시 부품을 확인시키고 조립하지만 진품보다 진품처럼 포장된 짝퉁을 고객이 외관으로만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점원이 값싸고 기능 하자가 없다며 이미 출고가 끊긴 제품이나 중고 부품 사용을 묻기도 하는데(대다수는 묻지도 않고 사용함) 이에 동의하면 비용은 싸게 들겠지만 사후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고 부품 교환도 어려워 결국 새로 구매해야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사전에 어느 제품 생산이 정지됐고, 어느 제조지가 신뢰도가 높은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보가 없다면 당일 현지 도매상 두 세 곳을 돌아다니며 다수가 동의하는 정보를 수집해 최종 견적을 뗄 것을 권한다.
도매상인들이 말하는 가장 유의해야 할 부품(짝퉁 유통 비율이 가장 높음)은 메인보드, 메모리카드, 전원장치이다. 소비자가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가격과 제품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췄다면 큰 속임은 당하지 않는다. 보통 시중가 1천위엔을 호가하는 한 인텔 메인보드 모델을 예로 들자. 도매가격은 보통 7백위엔대일텐데 일부 도매상이 마지 못해 5백위엔대에 파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조심해야 된다.
또 소비자들은 스스로 제조지 및 일련번호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예컨대 메인보드 관해서는 웨이싱(微星)이나 화쑤오(华硕)등이 신뢰도가 가장 높은 제조지라 할 수 있다. 일련번호의 경우 하이닉스 메모리카드는 HY로 시작(예: HY57V168010DTC-10S)하는 등 각 메이커별로 고유문자와 일련번호 표기법이 있는데, 제품의 표기법이 특이한 경우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 전원의 경우 표준 300w라 표기됐지만 실제 250w이하인 경우도 단골 피해사례 중 하나다.
[Tip] A/S 태도만 봐도 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현장에서 짝퉁, 중고품을 판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 소비자로선 사후 문제 발생시 어떻게 제 권리를 보장 받을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권리들이 모두 계약서에서 근거하는 만큼 계약 당시 A/S 건에 대한 쌍방간 의사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진품만 취급하는 점포는 어떠한 문제도 무상 A/S가 가능하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다. 반면 뭔가 ‘꿀리는’ 업체는 A/S 적용에 토를 다는 경우가 많다. 1년 보증대상을 하드웨어에만 한정하고 프로그램 오류에 수리비를, 방문 수리시에는 출장비를 별도로 요구한다면 A/S에 문제가 있다. 실제 우수한 A/S를 갖춘 점포의 경우 모든 소프트웨어 문제에 대해 무상보증을 해줄 뿐더러 출장비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컴퓨터 구매 계약서도 방 임대처럼 쌍방간 합의 하에 추가 조항을 달 수 있음을 알아두면 편리하다. 예컨대 계약서상에 ‘진품만 조립했으며 불량품 발견 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구절을 삽입하자. 실제 많은 중국인들이 美罗城 등에서 제품 구매시 이 조항을 습관적으로 삽입하며 차후 문제 발생시 이를 근거로 적당한 보상을 받아낸다. ‘영수증 안 끊어주면 10% DC 해주겠다’는 조건에 혹하지 않고 돈이 더 들더라도 영수증을 챙기고 계약서에 확실한 보장을 약속하는 구절을 삽입하는 습관이야말로 짝퉁 천국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이현승 기자
[안내] 상하이 대표 (조립 가능) 컴퓨터도매상가
메이뤄청(美罗城) 肇嘉滨路1111号
푸롱쟝컴퓨터성(芙蓉江电脑城) 天山支路201号
현대전자성(现代电子城) 襄阳南路218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