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8일 8시. 세계가 주목하는 베이징 올림픽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이후로 중국의 모든곳에서 시작되었던 중국인들의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하는 순간이다. 발표하는 모든 영화에서 중국식 상상력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장예모 감독의 지휘아래 준비되고 있다는 올림픽 개막식은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키는것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한국의 모 방송국 뉴스를 보다가 단독으로 보도 한다는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순간을 보면서, “어, 저런 내용을 미리 보여줘도 되는 건가?”하며 의아해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뉴스를 본 다음날 인터넷 사이트에 해당 방송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아니 그저 방송국을 질타하는 소리가 아니라,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반한(反韩)의 소리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가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시작된 반한의 소리가 쓰촨성 지진 후 몇몇 누리꾼이 올렸다는 그런 글을 올린 사람이 있다는 걸 믿고 싶지도 않은 댓글 때문에 더욱 커지게 되었다. 오랜 시간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으로서 이런식의 뉴스와 중국인의 감정에 맞닥치게 되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게된다. 나를 포함한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이런 반한 감정을 키운 건 아닌지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나도 중국 사람들에게 늘 좋은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길에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외국인이라고 무조건 바가지를 씌우려는 상인들, 불친절하고 고압적인 태도의 공무원이나 은행원들…….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마음속의 화가 더욱 치솟아 오르곤 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대응을 했던가 괜히 목소리 높이고, 화를 내곤 하진 않았던가.
그 모습을 우리 아이들이 무심결에 그대로 배워버렸을 텐데, 나의 모습이 중국사람들의 눈에는 '한국사람의 전형'으로 비춰졌을 텐데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그 부끄러움을 중국인 탓으로 돌리곤 하던 나의 생각이 바뀌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비오는 어느날 만나게된 이름모를 중국 아저씨의 친절에 모든 중국인과 중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지게 되었다.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나 전전긍긍 하고 있는데 아무런 조건없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바퀴를 갈아주고 미안해서 내미는 돈도 받지 않고, 정말 미안한 마음에 내미는 음료수를 받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해줬다는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 중국의 참모습을 봤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상하이에 살고 있는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내가 만나는 중국사람들에게 나는 짜증나는 한국인의 모습인지 아니면 한국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런 좋은 모습이 될것인지 그것은 나에게 달려있다.
아이들이 어릴 적 상하이의 박물관이나, 예원 등 중국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가게 되면 가기 전에 늘 “너희들은 한국어린이들이야, 중국사람들이 너희들의 행동을 보면서, 한국 사람을 평가하게 되니까 조심해야해, 너희들은 우리나라의 작은 외교관이야”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러면 어린아이들이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던 기억이 새롭다. 상하이에 있는 엄마들이 아이들 앞에서 중국과 중국인을 폄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중국 네티즌이 이렇게 했네, 한국 누리꾼이 어떻게 했네 하면서 쓸모 없는 감정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올림픽 기간내내 중국과 한국을 서로 응원해 줄 수 있는 성숙한 관람을 하면 좋겠다.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 개막. 새둥지 위에 봉황이 날아와 앉는다는 멋진 개막식 퍼포먼스를 빨리 보고싶다. 그리고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래줄 우리나라 선수들의 메달 소식도 빨리 듣고 싶다.
▷푸둥 연두엄마
(sjkwon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