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인류학자가 ‘문화에 있어서는 상위와 하위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다름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했던 걸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의 우리는 어떤가? 늘 잘사는 나라는 우월한 문화라고 생각하고, 그 나라 국민들의 행동들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고, 우리보다 경제적인 수준이 낮은 나라의 문화는 우습게 생각하며 심지어 깔보기까지 한다.
작년 말부터 시작하여 올해 여름이 시작되기 전까지, 딸이 대학을 다니고 있는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 가서 채 일년이 되지 않는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 기간 동안, 노스캐롤라이나 한국학교에 가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이 학교는 유치부에서 고등 및 성인반까지 운영이 되고 있으며, 토요일에만 한국의 문화와 한글을 위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11학년 학생들을 담당하였고, <고전문학 수업을 통해 본 한국문화>라는 주제강의를 만들어 수업을 하였다. 지역적인 특성으로 말미암아,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를 따라 어릴 때 이민을 온 상황이었는데, 자신이 이민을 올 때의 나이에 따라서 학생들의 한국어실력은 편차가 아주 심했다. 그런데, 수업도중에 모르는 단어나 문장들은 영어로 설명을 해줘야 이해가 가능했으며(물론 내 영어실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니, 학생도우미들의 활약이 필요), 쉬는 시간에 이들은 100% 영어로 수다들을 떠는 것이었다. 복도에 나와 봐도, 유치부에서 시작하여 모든 학생들은 영어를 사용하고 유일하게 한국어로 소통하는 집단은 교사들뿐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주일날 한국교회를 가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어디서나 영어로 대화하고 떠들고, 어른들만 한국어로 이야기할 뿐이었다. 자신의 언어가 그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인데, 이 아이들은 소위 말하는 ‘바나나’(겉만 동양인이고, 속은 이미 미국인)가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상해에서 십여년이 넘게 생활했고, 또 중국학교에서 유학생들을 관리하고 있었던 나에게는 이론상으로는 당연히 그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목격하고 보니, 이 상위문화와 하위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금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에 유학 온 한국학생들은 두드러지게 미국과 반대되는 현상으로 한국말과 한국음식 등을 고집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짚어보고 싶다.
내가 세운 목표는 누구나 꼭 달성하고 싶을 것이다. 문화의 우위개념에 빠져서 유학을 온 학생들 스스로 현재 가고 있는 길에 장애물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철저하게 내가 몸담고 있는 이 나라를 철저하게 사랑해 보자.
서투르다 할지라도 수줍어하지 말고, 한국친구들과도 중국어로 대화해 보고, 절친한 중국친구도 만들어 놓고, 중국음식점에 가서 음식도 시켜보는 경험을 가지고, 중국노래에 빠져보고, 중국악기도 배워보고, 그런 중국사랑을 한번 철저하게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영원하지 않은 시간이다. 이 시간을 지낸 후에 나는 나에게 스스로 무엇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 장소에서 무엇을 했었는지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사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좀 조심스런 부분이 있다. 미국에 있는 한국학생들이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그것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글의 의도는 아니며, 중국유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더 철저하게 유학생들이 유학의 목적들을 달성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 본 생각들이다.
▷이승숙(JK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