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공연 '연변의 봄' 안무가 이승숙 씨
“28개 소수민족 공연 중에 우리 공연이 3분11초로 가장 길었어요. 춤이 좋으니까 양보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세계가 다 지켜보는 공연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끝나고 우렁찬 박수가 터졌잖아요. 우리가 최고였던 것 같애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조선족 공연 ‘연변의 봄’의 안무를 맡은 이승숙 (65·사진) 연변가무단 예술 감독은 “두드리면서 뛸 수 있는 장구춤으로 조선족의 심장박동, 조선족의 봄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가장 먼저 피는 봄꽃 진달래를 분홍 부채춤으로 형상화하고 파란 부채로 부드러운 물길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1943년 하얼빈에서 태어나 연변에서 자란 이승숙은 북경중앙무용학원에서 교향안무법을 전공했고 연변가무단 등에서 약 150편의 무용을 안무했다. 그는 “조선족 무용의 호흡이나 디딤새는 한국과 똑같지만, 나는 주제에 따라 몸을 비틀고 뛸 수도 있는 중국적인 조선춤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전통춤을 바탕으로 한 창작무용이다. 연변대학 예술학원 무용 전공 학생들과 연변가무단의 105명 무용수는 지난 1월부터 ‘연변의 봄’을 준비했다. 아리랑은 흔한 것 같아 음악은 민요 ‘양산도’를 골랐다고 했다.
“공연 중에 한 아이가 부채를 떨어뜨렸어요. 끝나고 그 아이가 울길래 ‘그래도 마무리까지 잘했다. 너희 모두가 영웅’이라고 격려해줬습니다.” 이승숙은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리 공연을 폄하하는 글을 봤는데, 왜 같은 민족을 깎아내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그녀는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상무위원(장관급)이기도 하다. 1997년에는 조선족의 100년 이민사를 그린 무용극 ‘장백의 정(長白情)’으로 중국 최고 권위의 ‘문화대상’을 받았다. 정치와 예술 분야에서 10년 넘게 조선족을 대표하고 있어 ‘조선족 측천무후’라는 별명도 얻었다.
오는 9월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도 중요한 공연을 맡고 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