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 전 세계인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베이징 올림픽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더웠던 여름 밤, 우리는 326kg을 들어 올린 장미란 선수나 400m 자유형에서 출전 사상 처음으로 금을 딴 박태환 선수, 환상의 호흡으로 12년 만에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른 이용대·이효정 선수 등에 열렬히 환호하고 소리를 질러대며 박수를 쳐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에 두 손을 하늘높이 쳐들고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한편에선 패배로 어깨를 축 늘어뜨리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승리할 때 양손을 위로 번쩍 올리는 것이 거의 본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일반인이나 시각장애인 모두 경기에서 이기고 나면 대부분 만세를 부르는 반응을 보이고, 지면 몸을 움츠린다고 한다.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환희와 기쁨에 절로 나오는 이 ‘만세를 부르는 행동’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두 팔을 높이 드는 것은 ‘양기’를 키우는 행동이다. 반대로 몸을 움츠리면 ‘음기’가 활발해진다. 양의 기운을 잘 받아야 아이들은 쑥쑥 성장한다. 특히 가을을 눈앞에 둔 지금 양기를 듬뿍 받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 양기가 여름내 몸 속에 쌓인 습한 기운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화(火) 기운이 강한 여름은 땀을 많이 내야 건강한 계절인데 습도가 높아 발한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몸속에 습(濕)의 기운이 축적되어 각종 병을 일으킨다. 만약 여름내 쌓인 습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는다면 환절기에 유행하는 감기나 비염에 저항할 힘이 약해진다.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에도 문제를 일으켜 식욕이 돋는다는 가을철에도 입맛을 빼앗을 수 있다.
땀이나 소변을 통해 습 기운을 원활히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데, 이 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양기다. 사지를 쭉 펴서 양기를 잘 받아들여야 몸 속이 뽀송뽀송해지며 가을철 수렴하는 기운을 받아 내실을 다질 수 있다.
간혹 건조한 가을을 위해 몸 속에 습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게 좋지 않으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때의 습은 수분공급을 하는 좋은 습이 아니고 장마철에 느끼는 끈끈하고 불쾌한 기운, 물에 젖은 옷을 세탁기 안에 오랫동안 넣어둬 쾌쾌한 냄새가 나는 것과 같은 기분 나쁜 습이므로 빨리 말려주는 게 좋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만세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행동이다. 잘 안 먹는 아이가 밥을 다 먹었을 때, 숙제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겨우 숙제를 마쳤을 때, 장난감 정리를 다 했을 때 등 무슨 일이든 엄마와 함께 만세 삼창을 하게 해보자. 아이는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만세를 할 때는 가능한 한 두 팔을 높이 올리는 게 좋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겠다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트레칭이 되어 기혈순환을 돕는다. 이왕이면 만세를 한 김에 몸을 그대로 오른쪽 왼쪽으로 접었다 펴주기를 반복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최현 원장(푸둥 함소아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