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동안을 대한민국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가보지 못했던 나에게 상하이행은 일생일대의 고민이었다. 그렇게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만큼이나 큰 기대로 상하이에 왔는데, 비행기 아래서 바라본 상하이의 첫인상은 나에게 혼란을 안겨줬다.
분명히 이륙 후에 내려다본 한국의 바다색깔은 투명한 푸른색이었는데, 착륙시의 상하이 바다색깔은 보리차색깔이었다. 사소한 느낌이었지만 너무나 대조적인 그 이미지 그대로 아직까지 상해는 나에게 옅은 갈색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깨끗한 한국의 거리와 건물과는 대조되는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와 여기저기 때가 탄 건물, 번잡함과 귀를 울리는 소음들, 물 좋고 공기 좋은 도시인 강원도 춘천에서 온 나로서는 물과 공기마저도 적응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소한 것 하나부터가 상하이와 나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열 두 번씩 과연 내 선택이 좋은 것이었을까 하며 고민했고 당장에라도 짐을 싸 공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상하이의 깔끔한 고층빌딩 이미지와는 달리 지금 거주하고 있는 꾸이린루(桂林路)는 주변에 단층 짜리 건물만이 즐비하고 저녁이 되면 거리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신호를 건널 때도 사람이 건너면 알아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서는 한국과 달리 파란 불인데도 보행자에게 '빵'하며 경적을 울리고는 훅 지나가 버리는 차들에게 맞서 나도 인상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여기 생활은 좀처럼 웃을 일이 없었다. 처음으로 가족과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도 좋지 않았다. 우울했다.
내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한국과 상해에 대한 비교가 이루어져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그렇게 비교표가 그려지고 있었다. 그러다 1달간의 어학연수 기간이 끝나고 상하이 저널의 인턴기자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처음 사회에 진출한다는 긴장감은 자연히 불평할 시간을 앗아 갔고, 그렇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따지고 보면 난 편견과 오해에 싸여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상하이의 기후와 환경으로 이곳과 난 맞지 않는다. 싫다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생소한 도시인 상해에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갑지는 않지만 길을 잃었을 때는 성심 성의껏 길을 가르쳐 주시고, 카페에 디카를 놓고 왔는데, 고스란히 돌려받아 감사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이젠 기숙사 근처에 맛있는 식당도 여러 군데 알아놓아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다. 볼거리가 많은 것도 하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백화점도 많고 여행지도 많고,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지만 그런 생소함이 보기 좋다. 많은 경험을 쌓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실컷 단점을 발견하고 투덜거렸으니 상하이의 장점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갈 차례인 것 같다. 앞으로 있는 동안도 잘 부탁해 상하이야. ▷함다미(dami896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