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못 느끼며 살아온 지가 어언10년은 됨직하다. 청량한 바람과 낙엽, 부드러운 햇살, 상해의 가을이 짧아서 느끼질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았지만, IMF니, 사스니 하는 이유로 그 짧은 가을의 정서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넘긴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지금은 어떤가? 금년 봄부터 지구 저 반대편에서 불기 시작한 거센 불황의 바람이 결국 한국을 밟고, 아시아를 삼키고, 그렇게 튼튼하다는 이곳 상해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한두 사람의 고민이 아니기에, 더 걱정이 앞서고, 고민이 늘어만 난다.
어제도 오늘도 한국의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중국은 어떤지? 한국 상황이 이 모양이니, 차라리 중국으로 들어와도 되는지를 묻는 전화이다. 정말 가슴이 답답하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한국으로 짐을 싸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반대로 아무 준비 없이 나오려는 사람들 또한 소리 없이 늘고 있다.
그 누가 중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했던가? 살면서 살아가면서 이렇게 어려운 적은 없었어요 하는 한국 시장 상인의 인터뷰 뉴스를 보면서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공포로 엄습해 온다. 최근 제일 기획은 불황기 소비자 인식 조사를 통해 불황기에 증가하는 소비자 구매 유형과 이에 따른 기업들의 불황기 마케팅 전략인 ‘불황(不況) 5계(計)’를 발표했다.
느닷없는 경제 불황의 공포에서 이겨 내고 있는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눴으면 해서 옮겨본다. 실제 조사에서도 96%가 현재 상황을 불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지난해보다 소비를 평균 67.5%로 줄였다고 답했다 한다. 이에 제일기획은 이처럼 불황기에 나타나는 소비자의 근원적 심리 원인을 ‘불안감’으로 보고 불황 속 소비 패턴을 5가지로 분석했다. 살펴보면, 먼저 불황기 소비자는 ‘본능 충실型’ 패턴을 보인다.
둘째로는 마음 놓고 돈을 쓰지 못하는 데에 대한 보상 심리로 특정 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자기 위안型’ 소비가 증가한다. 이와 함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트렌드 소비 경향이 강하면서 ‘유행 집착型’ 소비도 늘고 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한 소비는 늘고 있으며 자녀를 위한 소비도 최대한 유지하려는 ‘가족 중시型’ 소비가 강하며, 마지막으로 불안감 때문에 오히려 위험을 회피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더 받는 ‘상표 애호型’ 소비가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윗글이 우리들의 고통을 풀어줄 수 있는 최고의 대안은 될 수 없을 것이나, 이를 참고 삼아 위기 극복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각계 각층 여러 분야에서 불황을 이기려는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모두가 겪는 고통이기에 서로의 고통을 이해 하기가 조금은 편해질 것이다.
우선 심리적 위축을 털어내고 가슴을 펴고, 평소에 못했던 사고(思考)의 반전을 통해 새로운 계기, 새로운 활력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부디 상해에 계시는 모든 독자 분들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조용한 상인(trntr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