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지난 달인 10월 초부터 급격히 치솟기 시작한 위엔화는 한 달이 넘게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는 널뛰기 장세를 거쳐 ‘1위엔=180~200원’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나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오른 위엔화로 인해 중국에서 생활하는 교민 사회 전체가 불안감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으로의 수출을 주로 하던 기업은 환차손과 경영악화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고, 교민대상의 자영업체는 높은 환율로 지갑을 닫아버린 고객들로 경영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상하이 교민들은 “아직도 하루에도 수 십 원씩 급락과 급등을 거듭하는 환율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며 “최대한 지출을 줄이며 환율의 추이를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이라며 하소연한다.
상하이 현지의 금융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추원서 산업은행 상하이분행장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각국정부의 시장안정조치에 힘입어 리먼브라더스 사태 직후 수준까지 회복되었으나 아직도 불안한 상황이며, 앞으로 실물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며 “최근 달러화 강세는 금융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 달러화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지속 및 화폐발행 증가에 따라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11월 중 원/달러 환율은 추가급등 우려가 다소 완화되어 평균 1,250~1,300원 선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김대영 분행장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전이해오면서 은행간 차입이 어려워지고, 은행은 대출회수라는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되었다. 다른 국가에 비해 그 영향이 적다고는 하지만 중국도 큰 테두리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은 기업체 대출 연장 시 전액 상환 또는 일부 상환을 요구할 것이며, 금융비용 증가로 기업체의 현금유동성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될 것이다”고 밝혀 내년 초까지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은행 추 분행장 또한 “1위엔당 15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달러강세로 급격히 상승하여 200원을 훌쩍 넘다가 최근 180~200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대는 위엔화의 지속적인 강세 등으로 큰 폭의 추가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오히려 금융위기 지속시에는 단기적으로 추가상승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환율 하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국제금융센터 중국 담당 이치훈 부장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화라는 변수가 있지만 년말까지는 금융권의 단기외채 만기 도래 및 달러 유동성 악화로 1위엔당 200~210원선 유지, 내년 초부터는 단기 외채 부담의 감소와 중국 위엔화의 절하가능성이 커 180원선으로 다소 하향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 경제상황에서 교민들과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우리은행 김 분행장은 “일단 인민폐 자산의 보유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현재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풍부한 달러유동성을 공급하면서 다른 화폐가치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것이다. 한국의 경우만 비정상적으로 달러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민폐에 비교해서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중국정부가 얼마나 환율방어를 하느냐가 인민폐 평가절상의 폭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화가치가 많이 하락한 만큼 교민들은 지금 한국으로 송금하는 것도 환율재테크의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추 분행장은 지금이 “요식업, 의류업, 서비스업 등 자영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은 교민과 한국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서 탈피하여 현지 중국인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전략이 필요한 시점”으로 “수출기업은 장기적으로 달러가 약세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중국 내수시장 공략 등으로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교민들은 “앞으로 상당기간 실물경기가 어려워지고 단기간내에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당분간 신규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현금지출을 줄이고 유동성 확보에 유의하는 현명한 재테크관리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나영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