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면(面)을 즐겨 먹는다. 각 지방마다 특색이 있는 분식들이 있으며 면의 종류나 맛도 너무 많아 이루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스촨의 단단미엔(担担面)이나 베이징의 자쟝미엔(炸酱面) 등 명성이 쟁쟁한 면들은 한번쯤 맛보았거나 아니면 들어본 기억이라도 있을 것이다.
중국에는 어떤 면들이 있을까?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잘 알려진 면들만 골라보았다.
란저우뉴러우라미엔(兰州牛肉拉面)
라미엔(拉面)은 수타면을 말하는데 반죽을 면판에 두드리기도 하고 허공에서 꽈배기처럼 돌렸다가 잡아당기며 면발을 뽑아내는 장면은 TV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다.
란저우뉴러우라미엔은 일반적으로 뉴러우미엔(牛肉面)이라 약칭해 부르기도 한다. 약 9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소고기 등을 삶아 맑은 육수를 내고 삶은 면에 육수를 붓고 소고기, 고수풀(香菜), 고추기름 등을 얹어 먹는다. 국물 맛이 시원하고 각종 양념이 어우러져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금방 요리돼 나온 란저우라미엔은 쫄깃쫄깃 씹히는 맛과 부드러운 면발을 느낄 수 있다.
산시 따오샤오미엔(山西刀削面)
산시는 분식으로 유명한 지방이다.
따오샤오미엔은 밀가루를 반죽하여 길게 뽑은 것을 칼로 자른 중국식 칼국수이다. 물이 펄펄 끓는 솥 옆에서 한 손에는 밀가루 반죽을, 한 손에는 칼을 잡고 잽싸게 자르면 칼국수가 춤추듯 가마 속으로 들어가 면이 된다. 반죽을 자르는 현란한 칼솜씨로 더욱 유명한 면이기도 하다. 따오샤오미엔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쫄깃하며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알려진다.
딴딴미엔(担担面)
딴딴미엔은 스촨성(四川省)의 유명 음식이다. 삶은 국수에 잘게 다진 돼지고기볶음 양념을 얹어 먹는데 매콤한 맛과 함께 독특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양념으로는 매운 고추기름, 다진 마늘, 파, 초, 산초나무열매가루 등이 들어간다. 멜대에 메고 다니면서 팔았기 때문에 딴딴미엔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현재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이징 짜장미엔(北京 炸酱面)
한국의 자장면의 원조라고 하지만 맛은 사뭇 다르다. 삶아낸 면에 중국식 장, 오이, 콩나물, 채 썬 무우, 콩, 청완두, 샐러리 등 야채를 기호에 따라 넣는다. 장은 돼지고기를 볶은 것으로 고소한 맛이 난다.
광둥윈툰미엔(广东云吞面)
윈툰(云吞)은 표준 중국말인 혼돈(馄饨)의 광둥어이다. 혼돈은 반죽한 밀가루를 얇고 둥글게 만들어 그 안에 돼지고기나 새우, 파, 후춧가루, 간장 따위를 버무린 소를 넣고 빚은 것이다.
정통 윈툰미엔은 면과 윈툰이 함께 들어있는 광둥 음식으로 만드는 방법이나 재료 등에 대한 요구가 비교적 세심한 편이다. 반죽은 물을 전혀 넣지 않고 밀가루에 계란만을 넣어 반죽하는데 이렇게 해야 쫄깃한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새우 소를 넣어 신선한 맛을 내고 국물은 명태와 새우껍질을 우려내 담백하면서도 신선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양춘미엔(阳春面)
상하이 양춘미엔은 칭탕광미엔(清汤光面)이라고도 한다. 옛날 10월을 샤오양춘(小阳春)이라고 했기 때문에 ‘10’과 ‘양춘’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되었다. 당시 양춘미엔이 10푼에 팔렸는데 이 때문에 이 국수의 이름도 양춘미엔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양춘미엔은 만드는 방법도 쉽고 재료도 간단한 편이지만 제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육수를 따로 내지 않았으나 지금은 맑고 시원한 육수를 만들어 먹는다. 삶아 건져낸 면에 깨기름, 간장, 소금, 파와 고수풀 등을 곁들이면 끝이다. 좀 더 맛있게 먹으려면 미리 준비해둔 소고기나, 소시지, 갈비 등을 얹어 먹기도 한다.
산둥 이푸미엔(山东伊府面)
이푸미엔은 옛날 양저우(扬州) 지사 이빙서우(伊秉绶)라는 사람이 모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요리사에게 명해 만들도록 한 국수이다. 이푸미엔을 맛본 손님들의 칭찬이 자자하자 그후부터 손님접대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메뉴가 되었는데 이렇게 돼서 이푸미엔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약 3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이푸미엔을 중국의 대표적인 국수로 꼽는다.
중국 많은 지방에서 이푸미엔을 만날 수 있지만 산둥 이푸미엔이 유명하다. 이푸미엔은 밀가루 반죽할 때 계란으로 반죽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삶은 국수에 미리 볶아놓은 고기, 죽순, 버섯, 물고기, 파 등 재료를 넣고 육수를 부어서 만들어지는데 색, 향, 맛이 어느 한가지도 빠지지 않는다. 면을 약 70%정도 익힌 후 기름에 데쳤다가 다시 볶는 방법도 있는데 차오이푸미엔(炒伊府面)이라고 하며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박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