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를 마당 귀퉁이에 심어 놓고 여름내 필요할 때마다 들깻잎을 따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을이 되어 수확까지 해보고자 대를 잘라 잘 말린 후, 드디어 들깨를 털었다.
얼핏 TV에서 본 것을 흉내내어 거실에 돗자리를 펴고 깨를 털었지만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알갱이는 와르르 쏟아지다 못해, 말 그대로 거실 곳곳을 통통 튀어 다닌다.
걸을 때마다 발에서는 뽀드득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아닌 밤중에 거실청소까지 하게 되었다. 지인들에게 새삼 전화해서 물어보니 막대기로 이렇게 내리치는 방법은 콩을 터는 방법이란다.
알고보니 깨는 몇개씩만 잡고 조심조심 살짝 툭툭 털었어야 된다니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였던 깨 터는 일도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전미현(jmeeh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