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동차의 조립에 머물던 상하이자동차(SAIC)가 자체 브랜드의 고급 세단의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한국 등 해외 업체에 위협이 될 전망이다.
상하이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 등 해외 합작사로부터 얻은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MG 로버 그룹의 고급 세단 '로버 75'를 개조,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하이자동차는 지난해 로버 그룹으로부터 자동차 제조권을 사들였다.
상하이자동차는 "자체 브랜드 생산은 '건전한' 경쟁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해외 합작사의 경쟁력도 제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6개월 안에 제조에 들어가 빠르면 2007년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오는 10일 새 차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한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하이자동차가 해외 합작사로부터 얻은 풍부한 경험과 자원을 바탕으로 과거 '협력자'에서 '경쟁자'로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인 오토모티브 리소시스 아시아의 마이클 듄 대표는 "중국 업체들이 해외 합작사를 설립한 것은 자체 생산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며 "바로 지금이 자체 생산이 가능해진, 중국 자동차 시장 발전의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중국 업체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중 26%가 중국산 브랜드로 2001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상하이자동차는 자체 브랜드 생산을 위해 GM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비롯해 해외 유명 업체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왔다.
그동안 상하이자동차와 손잡았던 GM과 폭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의 자체 브랜드 생산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나 앞으로 합작사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에 난감한 기색이다.
폭스바겐은 "양사의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상하이자동차에 대한 지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업체가 중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중국 업체와 합작해야 한다는 중국 당국의 조항에 따라 이들 업체에는 대안이 없다. 점차 중국에서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어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북미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기록한 GM의 경우 중국에서 3억2700만 달러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해외 업체들이 상하이자동차와 지속적으로 자동차 생산을 하면서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체 브랜드 생산이 특히 한국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는 저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는데, 중국은 한국보다 낮은 가격에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