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설이 다가오면 ‘올해는 아무것도 사가지 말아야지’하면서도 귀국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 주변의 아는 이들을 따라 이곳 저곳을 다니게 되고, 그러다가, ‘그래도 사 가는게 낫겠지, 맘 편하겠지’하는 생각에 하나 둘씩 사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장만하게 된 물건들이, 짐을 챙기다 보면 제법 된다.
최근 경기의 침체 속에서, 지갑에서 선뜻 돈 꺼내 쓰기가 사뭇 망설여지긴 하지만, 설에 오랜만에 만나는 어른들, 친지들 시누이, 올케 얼굴을 맨손으로 만나보기가 낯간지럽고, 죄송스럽기도 하여 하나 둘 마련하게 되는 것.
처음 중국에 왔을 땐, 중국물건은 싸구려라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싶어 별로 사다 주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소주에 놀러 갔다가 실크스카프를 싸게 구입할 기회가 있어 사두었다가 명절 때 귀국하는 길에 가져갔더니, 우리 어머님 말씀,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 뭐든지 주면 고마운 거다”하시며 오는 친지들에게 우리며느리가 사온 거라며 생색내시며, 그래도 이게 실크스카프라며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다.
싸구려라고, 질이 떨어진다고, 별 좋아하질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공짜로 얻는 거라 그랬는지, 아님 정말 이 며느리의 정성이 고마워서인진 몰라도 무척이나 기뻐들 하시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귀국 할 때면 맨손으로 가기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물건 값이 한국보다 좀더 저렴하다는 걸 알고 있는 터라 안 사가지고 가기도 그렇고 해서 다 챙겨서 사기 시작하다 보니 맘에 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아 갈수록 경제적인 부담도 심리적인 부담도 늘어나 버렸다.
처음엔 스카프, 넥타이, 깨, 나무젓가락세트, 가방, 지갑, 시계, 진주 그러다가 수정방술 그리고 중국에서 90%이상이나 생산된다는 캐시미어, 밍크숄 등등. 그 동안 사 다준 물건들이 생각해보니 각양각색 참 많기도 하다. 올해 사가지고 가는 물건도 이전과 별다르진 않지만,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뭔가 덜 준비한 것 같고, 빠진 사람이 있는 것도 같고, 맘에 안 들어 할 까봐 조금은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내 돈 쓰고 이렇듯 맘이 영 편하지 않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선물 사는데 쓸데없이 돈 낭비했다고 어른들께 작은 핀잔이라도 들을 까봐 조심스럽다. 선물을 준비 안하기도 그렇고, 하자니 어느 정도 선에서 뭘 해주는 게 최선일까 고민하다 이것저것 사게 된 것들.
귀국 가방 속에 하나 둘 챙겨 넣으면서도 올해는 유달리 맘이 더 무거워진다. 내 소지품의 무게보다도, 뭔가를 선물해야 한다는 마음의 무게가 왜 이렇게 크게만 느껴지는 걸까? 다음에 귀국할 땐 이러한 맘의 짐을 벗어 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환율변동으로 중국돈 가치가 오르면서 피부로 다가오는 물가지수는 더 높게만 느껴진다. 귀국선물로 이것 저것 마련해가기도 부담스럽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 구입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다 선물해주기가 조금은 힘겨워진다.
다음에 귀국할 때는 내 가방의 무게가 틀림없이 훨씬 더 가벼워져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 생필품으로 가득한 가방의 무게가 자꾸 커져만 가지 아닐까 싶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