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주국에서 제대로 우슈를 배워보겠다고 상하이에 온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중국에 오면 정말 제대로 더 많은 기술도 배우고 더 많이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른걸 보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기대와는 달리 외국인 유학생으로서 그 나라를 대표하는 무술의 기술을 욕심껏 배우기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이곳 학교에서 나는 학생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언어수업 및 본과수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쏟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운동에 쏟을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정말 운동을 배우고자 오른 유학길에 후회를 한 적도 있다.
더 많이 배우고 싶어 왔지만 정작 시합을 앞두고는 한국에 팀으로 돌아가 훈련을 해야 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음에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앞으로 4년 학교를 졸업 할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이 환경과 시간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배우고 겪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니! 담대함을 갖고 두드리고 부딪혀 보기로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을 초대해서 한국 요리도 해주고, 한국에 갔다 올 때면 자그마한 선물도 챙겨다 주며 운동을 잘하는 친구들을 일부러 사귀고 그 친구들을 통해 조금씩 배워보기도 했지만 그 친구들 역시 학업을 해야 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역시 여의치 않았다.
이런 저런 학교에는 학생의 본분인 학업에 선수로써의 꿈과 배우고 싶은 열정을 채우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학교 대표팀으로 있는 중국 선수들의 기술을 곁눈질로 배우고 혼자 연습하고 하며 외로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런데 정말 진심은 통하나 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다 보니 교수님들께서 인정해주시고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셔서 3월 2009년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지금은 학교 대표팀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당연 실력과 기술에서 월등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중국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았다.
특히 자부심이 강한 중국인들의 특성 상 처음에는 다른 선수들이 무시하고 우습게 보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고 더 노력하며 또 다시 진심이 전해지길 기대했다. 역시 이번에도 그런 마음이 전해졌나 보다.
이제껏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는 먼저 다가와서 나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주고 기술을 가르쳐주는 중국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정을 쌓아가는 기쁨이! 더욱 뿌듯한 것은 이 넓은 중국 땅에서 전국 1위를 한 선수들이 꾀 있고, 그 중에는 2008 올림픽에 참가했던 국가대표 출신과 세계 챔피언들도 몇 명 있다.
이렇게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다. 더욱 감사한 것은 그런 선수들이 이제는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줄 만큼 우습게 보던 자그마한 땅 한반도에서 온 나를 인정해준다는 데에서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한국인의 자긍심을 가지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대표라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김지혜(wushu8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