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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야기] 茶사랑

[2009-03-16, 21:48:29] 상하이저널
모두가 빠져나간 텅 빈 아침시간 지리하게 내리던 비가 걷히고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은 가뭄 때문에 강원도 태백에서는 물 전쟁이라는데 이곳에서는 얼마 만에 보는 햇빛이 반갑기만 하다. 뭐든지 과함은 모자람만 못하다 했던가? 오늘도 이런 소박한 진리를 자연에서 깨닫는다.

‘차 한잔의 여유’, 차 한잔에서 무슨 여유가 있겠냐 하겠냐만은 가끔은 깊게 우려나온 차 의 향과 색 에서 마음을 다스리게 된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난 커피 마니아였다. 늘 물보다 커피를 마셨고 커피의 향 이외의 것은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차를 즐기는 남편은 나에게 차를 권했지만 왠지 차를 마실 때 번거로운 절차들이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중국에 온 이후로 난 어느새 차와 함께 하루를 보내는 생활에 익숙해 져있다.

남편과 이웃과 함께 ‘九星’ 茶시장을 다니며 여러 가지 다구(茶具)들을 갖춰가는 것은 물론 갖가지 차잎들을 알아가고 맛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도 더하니 차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차라고는 그저 ‘홍차’' 또 예전에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약처럼 마셨던 ‘철관음차’가 전부였는데 남편과 함께 ‘보이차’를 마시며 차에 대한 사랑이 시작됐다. 가끔 술 한잔씩 하며 남편과 대화를 한다는 친구. 하지만 전혀 술을 못하는 나에게 요즘 ‘차’는 그야말로 술 이상의 것이 되었다.

예전에 지인들과 술좌석은 약간은 소외된 느낌과 함께 만남이 약간의 부담이었는데 지금 '차'가 함께하는 만남은 나에게 또다른 경험을 하게한다. 다구를 준비하고 뜨거운 물로 씻어내고 우려내기를 여러 차례 반복 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홀짝 마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게 시간을 가지고 서로를 알아가고 삶을 이야기하고 웃고 즐기다 보면 어느새 조급함이 사라진다.

요즘은 차에 대한 문헌들을 찾아보고 갖가지 차잎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니 차는 어느새 요란스러운 것도 없이 내게 다가와 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하지만 또다른 차의 매력은 혼자 마셔도 전혀 외롭지 않다는 것이란 생각을 한다.

둘러 앉아 담소하며 차를 마시기도 하지만 아침상을 치우고 봄볕에 널려 바람에 흔들리는 깨끗이 빨아 널린 옷가지들을 보며 대하는 차 한잔은 나 같은 주부에게는 평온 그 자체이다.

오늘도 난 투명한 유리잔에 ‘비루춘’ 차잎을 띄운다. 차잎이 유리잔 안에서 서서히 스며들며 솜털이 보송보송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봄날에 차밭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난 봄의 따스한 볕과 바람과 함께 봄을 마신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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