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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아이 감기, 면역력 증진시키는 유일한 ‘질환’

[2009-03-17, 01:00:00] 상하이저널
작년 1월, 미국 FDA는 2세 미만 영유아에게 의사 처방이 없는 감기약을 복용시키면 안 된다는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비처방 감기약을 먹은 영유아에게 발작이나 환청, 호흡곤란, 의식불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비처방 감기약에는 어린이 종합감기약, 기침약, 가래약을 비롯해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에 먹는 모든 약이 포함된다. 주로 아이들이 먹기 편한 시럽 종류도 이에 속한다. 식약청도 FDA 권고사항에 따라 부랴부랴 의약품 허가사항 변경을 통해 166개 감기약에 대해 2세 미만 판매를 금지시켰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해보겠다. 그렇다면 2세가 넘으면 비처방 감기약을 먹여도 될까? 정답은 물론 ‘NO’이다. 비처방 감기약이 영유아에게 특히 치명적 부작용이 나타난 까닭에 2세 미만 판매를 금지시켰지만 FDA 보고서에서는 “소아 감기약이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효과가 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 감기약에 대해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임상시험은 당시까지 단 11건에 불과하다고 했다.

엄마들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제가 아이에게 먹인 약들은 다 뭐였을까요?”, “그러면 아이가 감기 걸렸을 때 어쩌라는 말인가요?”, “병원에 가서 처방 받고 먹이는 건 괜찮겠지요?”……. 내 아이를 위한답시고 먹였던 약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엄마들은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엄마들이 이렇게 충격을 받은 원인은 감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감기가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생기는 호흡기 계통의 병이라고만 생각하는가?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있으면 코감기, 열이 나면 열감기, 기침이 심하면 기침감기 하는 식으로 감기를 쉽게 정의할 수 있을까?

감기에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면역을 증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질환이라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감기는 콧물, 기침, 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라면서 면역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조건은 있다. 감기를 제대로 앓을 때만이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감기에 걸려 나아가는 과정은 하나의 사이클이다. 그리고 사이클을 온전히 한 바퀴 돌 때만이 탄탄한 ‘면역’이 생긴다. 아이 몸이 감기를 앓는 과정을 학습하고 익히기 때문에 감기가 나은 후 같은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몸은 감기를 물리치거나 사이클을 빨리 순환시킨다. 일주일 동안 앓을 것을 3일치로 앞당길 수 있다.

만약 열이 난다고 바로 임의로 해열제를 먹이고 콧물이나 기침이 난다고 눈앞의 증상만을 없애는데 급급하다 보면 아이가 스스로 병을 이겨낼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 된다. 특히 FDA 보고에서처럼 소아 감기약 자체가 12세 미만 아이에게는 치료효과가 담보되지 않고 안전성과 안정성의 논란이 일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또 여러 증상이 반드시 감기 때문이 아닐 수도 있는데 감기약을 먹여 증상을 없애면 정확한 원인파악이 힘들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방에서는 감기 치료의 원리가 다르다. 아이마다 감기에 걸리는 오장육부의 상태를 파악하여 균형을 잡아주고 몸의 순환을 도와 감기를 떨칠 수 있게 하면서 면역을 높여주는 게 관건이다. 감기가 피부에 있을 때에는 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감기의 원인이 風인지 寒인지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 10명의 아이를 진료하면 10가지 종류의 처방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올바른 치료습관이다. 39.5 이하의 열에 가정에서 해열제를 쓰지 말자. 그 이상이라면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가정마다 상비한 감기약은 아깝더라도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 열이 나고 콧물, 가래가 나는 것은 아이가 외부에서 들어온 나쁜 병균과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원군이 되어 주지는 못할망정 이를 방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함소아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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