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봄은 참 이쁘다. 여기 저기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들의 향연으로 아침마다 신선하다. 단지 곳곳에 흐르는 작은 시냇물이며, 그 곁에 앙증맞게 피어나는 노오란 꽃의 키 작은 나무 그리고 이제 막 그 연한 새순을 내비치는 수양버들 가지가 눈을 씻어주고 있다. 조금 고개를 들면 우아한 자색을 드러내며 고고하게 있는 자목련을 만나게 되는데 화사하게 차려 입은 벚꽃과 절묘한 미 겨루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촉촉이 내리는 봄비에 바람이 불어 흩날리는 하-얀 벚꽃의 난무를 맞이하게 되면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온 동네가 봄의 향기로 취하는 것 같다.
이 곳에 이사 온 지 꽤 되는 나로서는 매년 맞는 봄이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 있는데 올해는 봄을 맞는 재미가 남다르다. 지난 해 보다 훌쩍 커버린 나무들, 더 굵직해진 가지들, 마음껏 꽃을 피워내는 꽃나무들. 게다가 이곳 저곳에 심어 놓은 일년생 꽃들의 조화는 한층 봄을 숙성하게 연출해놓았다.
사람도 세월이 흐르면 그 깊이와 연륜을 더하며 성숙해 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보다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는데 사실 그렇게 되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된다. 그러면 자연이 주는 이 순리 앞에 역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며 자못 상념에 빠지게 된다. 진정 피워내며 살아야 할 것들 보다 있지도 않은 신기루를 무작정 꽃으로 피워내려는 삶에 대한 욕심인가. 내 안에 주어진 것을 가꾸어 피워내기 보다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들떠 있는 것은 아닌가.
해가 거듭 될수록 부족함 없이 자기를 표출하는 그렇지만 제자리에서 그 여유로움을 드러내는 태도. 자아의 발현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라 주변을 행복하게 해주는 자세. 죽은 듯 있었지만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지난한 삶의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 지나간 세월의 아픔을 감내하며 오늘의 모습을 겸손히 묵묵히 피워내는 나무의 미학을 배우고 싶은 봄이다.
▷완커아줌마 진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