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보다 시스템… 국가적 바둑 육성정책 빛 봐
한국의 독과점 시대는 끝났는가. 지난주 막을 내린 제10회 삼성화재배가 뤄시허(罗洗河)의 품에 안기면서 `중국 공포'가 마침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 결과 6대 메이저급 국제 타이틀의 현역 보유자 분포는 한국 2, 중국 2, 일본 1로 바뀌었다.
오는 3월 천야오예(陈耀烨) 대 구리(古力) 전으로 치러질 제10회 LG배 결승 카드를 감안하면 이제 최다 타이틀 보유국은 중국이다. 한국이 불과 3년 전까지 국제 기전 23연속 우승을 구가했던 사건도 어느새 아득한 전설이 됐다.
중국 바둑의 약진은 몇몇 스타 기사에 의존해 온 한국과 달리 `시스템'의 산물이다. 지금 체제대로라면 양국 간 우승 점유율은 점점 더 벌어질 공산이 크다. 저변을 확대해 영재(英才)를 발굴하고, 그들을 집중 육성하는 중국식 프로그램이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중국 바둑계는 우선 프로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해 놓았다. 한 해 프로로 진입하는 숫자는 20명. 여류를 포함해 연간 6~7명으로 제한된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좁은 문'으로 인해 지망자가 줄고 쓸 만한 유망주들이 도태되고 있는 한국의 고민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 바둑은 이 밖에도 유럽 프로축구 방식을 본뜬 대규모 팀 리그(갑•을•병조)를 운영하며 `브랜드화'와 `대중화'에 성공했다. 사기업인 바둑TV가 제한적 규모로 운영하는 한국의 바둑리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시스템이란 동체에 `자신감'의 날개를 단 중국 바둑이 기어이 화려한 비상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