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 먹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갑자기 밥 먹을 때만 되면 도망을 다닌다. 이러한 경우에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저 군것질을 많이 했거나 음식을 가려먹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른들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치가 적어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밥을 먹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좋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육류섭취는 많아진 반면, 섬유질 섭취가 적어져 아이들의 변비가 많아졌다. 변비는 대변 횟수가 매우 드물고 변이 딱딱하여 대변을 보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변비가 심해지면 식욕이 떨어져 음식섭취가 줄어든다. 또한 빈혈이 생길 수 있는데, 이 또한 식욕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처럼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잘 먹지 않으면 변비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잘못된 식습관과 배변 습관이 원인
한의학에서 변비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는 것은 대장에 열이 많은 경우, 기가 통하지 못해서 복부 및 대장의 움직임이 줄어드는 경우, 대장의 기운이 많이 떨어진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습관적인 면보다는 몸의 기능적인 측면을 주된 원인으로 살펴 본 것이다.
여기에 현대에서 생각할 수 있는 습관적인 면을 더해서 아이들에게 변비가 많이 생기는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생우유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는 경우가 있다. 생우유는 칼슘이 많이 들어있는데, 너무 많이 섭취하면 미처 흡수하지 못한 칼슘은 대변으로 나간다. 이렇게 생긴 대변은 매우 딱딱하여 항문으로 나갈 때 상처를 내며 심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우유를 너무 많이 먹으면 식욕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수분이 부족한 경우에도 변이 딱딱해져 아이들이 변을 보기 힘들어한다. 이렇게 변을 보기 힘들거나 노는 데에 집중을 하다가 변을 참는 버릇이 들면 변비가 생긴다. 또한 대소변 가리기를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경우, 변비가 동반되는 질병이 있는 경우, 장의 기능이 약한 경우 등도 변비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변비는 발생 초기에 원인이 될 만한 요인을 제거해주고, 배변에 좋은 식이요법에 따라 식습관을 바꿔주면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될 수 있다. 변비와 함께 나타나는 항문 열상이나 복통 등으로 통증을 겪으면 배변을 두려워하며 참게 된다.
배변을 참으면 대변 내의 수분이 점차 흡수되어 딱딱해지고 배출이 더욱 힘들어 지며, 이것이 반복되면 직장벽의 배변을 하도록 자극하는 감각세포(sensory receptor)가 차츰 둔해지고 더욱 변비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장 근육이 약하기 때문에 변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의 근육이 어른들에 비해 잘 늘어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대변 굵기가 어른들만큼 굵어져서 더욱 배변이 힘들어 진다. 따라서 악성 변비로 넘어가는 빈도가 성인보다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배변에 도움이 되는 음식 & 치료요법
변비해결는 음식요법과 치료요법이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의학적인 치료에 앞서서는 원인이 허(虛)해서 생긴 것인지, 실(實)해서 생긴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의 변비 치료로 효과가 지속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관장법이나 기타 인위적인 대변 배출 방법은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야 한다. 생활습관을 개선해서 평생에 걸쳐 배변을 편안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변비에 좋은 음식으로는 현미, 보리, 수수, 메밀, 토란,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의 곡류와 우엉, 연근, 부추, 배추, 가지, 오이, 고사리, 버섯 등의 야채류가 있다. 그리고 각종 과일이나 해조류가 도움이 되고, 꽁치, 삼치, 고등어, 뱀장어 등의 생선류와 땅콩, 호두, 잣, 아몬드, 은행 등 소량의 견과류도 좋다.
변비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음식으로는 감, 바나나, 쑥 등 타닌을 많이 함유한 식품,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가 있다. 그리고 가공육류, 농도가 진한 고기국물, 밀가루 음식, 단 음식, 튀김 음식, 가공 식품, 지나친 육류 중심의 식사 등도 좋지 않다.
수분 부족에 의해 변비가 생길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 물을 많이 먹이도록 하고, 배변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 일정한 시간에 한 번씩 변기에 앉아있는 습관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복통, 항문열상, 직장탈출, 대변을 가리지 못하는 유분증 등이 있을 때는 이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며, 항문 자극이나 좌욕도 지속적으로 해주면 변비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함소아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