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 밤늦게 보양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가 부추부침개가 소개되었다. 부추가 가진 글리코타민이 시금치 같은 보통채소보다 최소 10배 가량 많다는 설명과 함께 노릇하게 구워진 부침개를 보면서 불만 가득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한국에 있을 때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었는데 이상하게 상하이만 오면 김치 반포기, 국 한 그릇이 아쉽다.
‘재료를 사서 반죽을 하고 부침을 한 뒤 먹어야지…’생각만으로는 간단할 것 같아서 계획을 세웠다. 집 앞 시장에서 간단하게 부추, 양파, 대파, 풋고추와 밀가루를 사서 반죽을 했다. 약 10분 가량 지났을까? 지금껏 해본 적 없는 반죽하기에 다리가 휘청, 허리가 욱신거렸다. 정녕 요리가 이렇게 힘들었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워서 하나부터 열까지 집중해야 하는 힘든 과정에 지금까지 어머니가 정성스레 해주시던 음식에 투정 부리듯이 편식하던 내가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졌다.
두툼한 두께에 이리저리 찢겨진 나의 부추부침개 1호.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부침개 한 판에 감격했다. 5년간의 유학생활 중에서 제일 하기 싫었던 것이 요리와 설거지였는데 그래도 포만감을 만끽하며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든든했다. 역시 음식냄새의 아득함이 배어있는 집이 사람 사는 집 같다. 다음에는 어떤 요리로 내 능력을 시험해볼까?
▷ 유훈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