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조류 인플루엔자(AI) 발생 지역인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로 불법 유입되고 있는 가금류 제품의 밀수가 AI 확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가금육과 달걀, 깃털 등을 포함한 가금류 제품들의 밀수 규모가 마약에 이어 전세계 밀수품목 2위에 이를 정도로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가금류 밀수가 AI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증거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보건담당 경찰팀장은 "유럽연합(EU)의 금수조치에도 불구, 밀수된 중국산 가금류 제품들을 여전히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감염된 닭고기의 밀수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AI 바이러스를 옮겼을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베트남의 보건 관리들은 중국과의 국경선을 넘어 밀수된 닭고기가 넉달동안 발생사례가 없었던 AI 바이러스를 재발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과 전문가들은 매일 트럭과 마차, 비행기, 배를 통해 엄청난 양의 가금류 제품이 밀수되기 때문에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놓고 있다. 특히 아시아산 밀수 가금류 제품은 옷과 장난감, 가구 등과 섞여 컨테이너 속에 숨겨져 들어오기 때문에 통제가 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보건담당 경찰들은 아시아산 가금류가 몰도바 등 동유럽의 작은 국가들에 먼저 밀수된 후 이탈리아 등 서유럽 국가로 유통되는 경로를 밟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많은 조류학자들은 치명적인 H5N1 AI 바이러스의 확산이 철새의 이동보다는 가금류 밀수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류학자들은 어느 정부도 국경 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밀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재하며, 철새에 책임을 떠넘기는게 편리하기 때문에 AI 확산의 책임을 철새에 돌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에선 야생 조류에서 AI가 발견된 사례가 별로 없어 밀수가 AI 확산의 주범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에서 발견된 H5N1 바이러스는 중국 농장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종으로 확인됐다고 한 조류전문가는 지적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이코노미스트인 낸시 모건은 아프리카에서 AI 감염이 가장 심했던 이집트와 나이지리아의 경우 불법 밀수된 가금류 제품이 쉽게 AI를 전염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금류 밀수출국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국가는 세계 최대 가금류 생산및 수출국 중 하나인 중국으로 전문가들은 중국과 아프리카 사이에 불법 밀수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