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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학기를 마무리하면서

[2009-06-22, 13:47:16] 상하이저널
매년 이맘때쯤 되면 2월 한 학기와 함께 진학, 졸업으로 한 학년을 마무리 한다.
2008년 9월 학기부터 2009년 6월까지, 이번 학년도에도 학생들과 함께한 많은 좋은 일들, 그리고 안타까웠던 일들로 내 추억상자가 꽉 찬 것 같다. 여름햇살이 쨍쨍한 나른한 오후, 수업중인 학생들을 돌아보고 교무실로 돌아와 그 추억상자를 살짝 열어본다.

중국 선생님께 처음 칭찬을 듣고 그 기쁨에 얼굴이 발그스름해져서 교무실로 뛰어와 자랑하던 아이, 모든 학생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뒹굴며, 직접 밥도 해 먹었던 1박2일 M.T.의 추억, 스승의 날- 전체 학생이 정성스레 만들어 건네주었던 커다란 감사카드……
이렇게 좋은 추억들이 있는 반면 마음 한 구석에 안타까움으로 남겨진 추억도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노력해보았지만, 결국 유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난 아이의 얼굴, 누가 질풍노도의 반항기 아니랄까 툭하면 교사와 부딪치면서 도리어 스스로 힘들어하던 아이의 얼굴이 그렇다.

요즘 내가 근무하고 있는 강교학교에서는 학기 마무리의 하나로, 문집편집 작업이 한창이다. 학생들의 글을 모아서 한 학기 열매로 묶어내는 작업으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꼭 하는 일이다. 문집을 통해서 학생들의 중국어작문실력을 평가해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이 지내온 생활, 생각들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이 쓴 글을 읽어 내려가던 중 ‘아니 이 아이가 이런 생각을?!!’이라고 생각되는 문장이 있었다. 제목은 <우리들의 선생님>으로, 바로 그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나에겐 짜릿한 감동과 겸허한 반성을 주는 글이었다.

제목: 우리들의 선생님
저는 강교학교에 온지 1년째인 8학년 000입니다. 이번 기회에 부족한 글 솜씨로나마 저희 선생님들에 대 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제가 처음 강교학교에 왔을 때 저는 선생님들의 관심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너무 저희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것 같아서 공부가 더 싫어졌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 해보니 그 모든 게 참 감사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공부를 안 시킨다고 떠나 온 학교가 많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가 너무 바보 같았고, 어리석어 보였습니다. 또한 저를 비롯한 학생들이 선생님을 비판하고 무시할 때, 선생님께서는 일관된 태도로 저희를 지도해주시고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저희에게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생겨났고, 학교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습니다.
처음 왔을 때 항상 밝아 보이는 친구들이 예뻐 보이고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왜 친구들이 그렇게 걱정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항상 부모님처럼 저희에게 관심을 주시고 최대한 저희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저희가 힘들 때, 서러울 때, 한국과 부모님이 그리울 때, 선생님들께선 저희 마음을 이해하시고 먼저 다가와 저희 고민을 들어 주셨습니다.
전 제가 어느 학교에 있든 지금 선생님들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항상 부족한 저희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선생님들, 사랑합니다……*^^*
정말 좋아합니다!

‘세상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것은 유치원에서 모두 배웠다’는 책 제목을 본적이 있다. 현재 근무하는 강교학교의 한국학생들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으로 홀로 온 조기유학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끔은 부모님의 곁을 떠난 해방감을 원하고 시도해 보지만, 바르게 학교생활하기를 지도하는 교사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아이들 나름의 잣대로 생각하면 큰 잘못이 아니지만, 먼저 살아온 先生들이 보았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한 마디 더 하게 되고, 또 선생님의 한 마디가 아이들에게는 무자비한 꾸중으로만 여겨져 기분 나빠하고, 또 조금 지나고 나면 선생님의 말에 무조건 항의조로 말한 자신에 대해 후회하길 되풀이한다.
아이들은 사실 옳고 그름을 다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단지 아직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할 줄 모르기에, 그리고 지금이 바로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과도기이기에 선생님과의 마찰을 피할 수 없을 뿐.

아이들과 함께 웃고 웃으며 티격태격하며 지내온 한 학기가 벌써 마무리 때가 되었다. 다섯 해째 떠나 보내는 중3 졸업생들, 긴긴 2개월 간의 여름방학 후에 다시 만날 재학생들…이 아이들이 남긴 글을 하나하나 읽어가는 사이 선생으로 아이들을 대하며 한 학기 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듯하고, ‘그래 선생 노릇은 이래서 하지.’라는 뿌듯함에 은근히 으쓱해지기도 한다.

한편 한 학기 동안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을 후회하게 된다. 다 큰 어른,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하며 이렇게 성장해가나 보다.
▷최향숙(JK 아카데미-상해강교학교 관리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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