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피트 주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7~80세 노인네 외모로 태어나 시간이 흐를수록 젊어지다가 결국 아기 모습으로 생을 마치게 된다. 일반 사람들과 달리 나이가 젊어진다는 특이한 설정이지만, 삶이라는 건 나이를 먹어가던, 거꾸로 나이가 젊어지던 그 삶 속에는 사랑도 있고, 슬픔도 있고,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그 모든 것이 들어있게 된다. 나이가 거꾸로 가기에 더 고독하고 쓸쓸해 보일 수는 있을 지 모른다. 비교되니까.
사랑하는 연인 데이지는 늙어가는데, 주인공인 벤자민은 젊어만 간다. 웃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아마도 결혼한 많은 남편들 입장에선 한번쯤 주인공 벤자민이 되기를 기대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라는 책처럼 지금 댁의 남편은 아마도 밴자민처럼 나이가 젊어지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해서도 몹시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요즘 한국의 이슈는 누구 할 거 없이 시국 선언을 해야만 하는 상태인가 보다. 대학 교수부터 시작하여 일부 종교계, 영화계, 의료계, 전교조, 청소년모임, 지역 주부모임 등 모두가 나서서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오늘 뉴스에 보니 미국 한인 주부 모임 에서도 MB OUT이라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한다.
이 와중에 KBS 모 아나운서의 시국선언 폄하 발언이 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또 한번의 아수라판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시국선언 자체의 옳고 그름을 넘어, 이런 반향들이 마치 상업주의 유행 물결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필자의 마음뿐일까? 결혼도 후회 하지 않고, 이 나라도 후회 하지는 말아야 할텐데…
80년대 중, 후반 학생이자 경찰 신분으로 데모를 막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느낌은 또 무엇일까? 아마도 필자가 은근히 벤자민이 되어가길 바라는 건 아닐까? 사실 그렇게까지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껏 이겨온 고통이 지금껏 가꾸어 온 인생이 아까워서 돌아가 길 거부하겠다. 청춘에서 느껴지는 불끈거림이 좋고, 미래를 환하게 밝혀줄 수 있는 무한한 에너지가 신선하고 좋다고 한거지, 내 인생을 다시 그곳에서 출발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도 더 재미난 인생을 얼마던지 가꿀 수가 있는데, 굳이 돌아 가고 싶지는 않는 것이다.
사실 청춘이라는 단어자체가 간직하고 있는 flash한 면만 강조를 하고 있지만, 지금의 청춘들을 보자 취업 무한 경쟁에, 거기다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앞날은 불투명하고 지금 자신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또 어디쯤 와 있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못하는 ‘막힌 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을 누군들 탐내고 좋아 하겠는가?
청춘은 청춘 자체로서 빛을 발할 때 그 에너지의 생동력이 발휘 되는 것이고, 도전 할 수 있는 청춘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불교에서는 장애 해탈이라는 법문이 있다. ‘가장 편하고 고통 없는 곳에서는 해탈을 얻을 수가 없다’는 내용인데, 우리네가 살아가는 인생 그 자체가 장애이자 도전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우리들 현실은 곧 해탈을 위해 살아가고 있고, 청춘의 도전을 계속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재미난 개그를 보여 주기 위해 눈물과 땀으로 점철되는 개그맨들처럼, 우리네 또한 행복한 가정,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 가려만 하지 말고 지금의 시간을 소중하고, 고맙게 받아들이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 찾아오는 오늘을 맞이하자 !
▷조용한 상인(trnt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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