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생일이 지나며 만17세가 된 큰아이가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게 되었다.
그 동안 한번도 혼자서 한국을 가본적이 없는 아이라서,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아이에게 한국에 가서, 스스로 주민등록증 신청도 하고 친척들을 방문하고 오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기대 반 결의반의 얼굴로 찬성을 한다.
사실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혼자서 한국에 다녀오는 것쯤은 일도 아니라 하겠지만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조금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할아버지 댁이 강원도라 공항에서 강원도로 먼저 갔다가 다시 서울에 있는 큰집으로 또 외갓집으로 저 혼자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찾아가보고, 본인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오는 것이 이번 한국 행에 주어진 숙제이다.
시댁과 친정에 말씀을 드리니 할아버지들께서 ‘아구, 연습이라도 좀 시키고 혼자 보내지….’ 하시며 걱정을 하신다.
초등학교 2학년에 상하이에 와서 일년에 한번씩 보게 되는 손자이니, 어른들 생각엔 한없이 어려 보이는게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이번 계획에는 좀 전적으로 찬성만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이를 기르면서 내 성격이 급했던 탓에 아이 본인이 무엇을 스스로 하도록 기다려주지 못하고 답답해하며 내가 먼저 해버려서 아이가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서일까?
다른 일은 곧잘 하면서도, 모르는 길을 찾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을 쑥스러워 하고, 엄마의 도움 없이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으로 보여져 답답해 한적이 많다.
어디까지가 아이에 대한 관심이고, 어디까지가 간섭인지 어느 線까지가 보호이고 어느 線을 넘어서면 과보호 인지 경계가 모호하여, 나는 잘 한다고 한 것이 간섭이고 과보호가 되었는지도 모를 노릇이다.
언제까지 부모가 따라다니며 일일이 챙겨 줄 수는 없는 일이니 이번에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기고 스스로 알아서 해 보도록 하였다.
떠나기 전날 가방을 펼쳐놓고 스스로 짐을 싸고, 공항에서 원주 까지, 또 원주에서 큰 댁까지의 대중교통도 알아보고, 수첩을 펼쳐 꼼꼼히 메모를 하며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인다.
길어야 2년 정도만 내 곁에 있다가 그 후엔 대학에 진학해서 부모 곁을 떨어져 혼자서 생활해야 할 것을 생각하면, 조금 늦은 감이 있기도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다.
수저질이 서툴다고 밥을 떠먹여주고, 가위질이 서툴다고 다칠세라 엄마가 오려주고, 혼자 다니면 위험하다고 마중하고 배웅하던 성질 급한 과보호 엄마 노릇은 이제 그만해야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아이에게 도움보다는 독이 될 것 이므로.
“엄~마, 어떻해?” 하며 엄마를 쳐다보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 주변의 정보를 이용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는 것을 아이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으로 떠나는 날 푸동 공항에 데려다 주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이정표를 보는 것이 조금 서툴고 시간이 조금 걸려도, 제 비행기표를 확인해가며 티켓팅 장소를 찾고 조금 어수룩하게 보이긴 해도 제 소지품을 챙기는 모습이 대견하다.
비행기를 타러 들어가며 “잘 다녀올게요. 걱정 마세요”하는 아이의 밝은 모습이 나를 다시 한번 안심시킨다.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번 도전(?)이 아이에게도 또 부모 노릇 하는 나와 남편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에게 무관심 하지 않으면서 과보호 하지 않는 그래서 아이 스스로 본인의 미래를 개척 하는것이 전혀 두렵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존재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푸둥연두엄마(sjkwon2@hotmail.com)
ⓒ 상하이저널(http://www.shanghaibang.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