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나의 첫 해외나들이 – 南京路
이번 겨울은 서울이 아닌 상하이에서 보내게 되었다. 모교인 성균관대학교 주최하는 상하이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원래 천성이 진득하게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라 대학 1학년때 락밴드에서 기타를 치다 손이 부르트기도 하고, 태권도 동아리에서 발차기하다 발가락 뼈가 어긋나기도 했었지만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주말엔 상하이 시내 관광을 다녀왔다. 이산루(谊山路)에서 지하철을 타고 난징시루(南京西路)로 향했다. 들은 대로 ‘중궈 헌 따’. 중국은 정말 크고 넓었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나왔기 때문에 지하철 내에서 팔고 있는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30분 정도 지하철을 타고 가자 난징둥루(南京西路) 역에 도착했다. 지하철 역 안에서부터 이미 대도시의 번화한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지하철 홀은 역시 크고 넓었고, 한쪽 출구는 쇼핑센터 지하로 이어져 있어서 주말 데이트를 즐기거나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역을 빠져나오자, 하늘 가득 빼곡히 들어찬 마천루들이 눈을 어지럽혔다. 우리나라의 명동보다 몇 배나 더 큰 거리에 왕래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동아시아의 중심 도시. 상하이의 위용을 체감했다. 난징둥루에는 TV나 잡지에서 보아왔던 유명 메이커의 매장이나, 고급 레스토랑들로 쇼핑의 천국을 이루고 있었다.
1시간 가량 난징둥루를 돌아보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졌다. 아침도 간단한 빵으로 때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느라 금세 허기를 느꼈다. 근처 일본라면가게로 들어가서 볶음밥과 라면, 돈까스를 시켜서 먹었다. 중국에서 파는 음식이라 그런지 중국식으로 국물에도 기름기가 많고 달짝지근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난징시루로 향했다. 둥루(东路)와 비슷하게 쇼핑센터가 늘어서 있었지만, 둥루가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거리라면 시루(西路)는 명품 매장을 중심으로 거리가 조성되어 있었다.
천천히 거리를 둘러보며 다니다가, 백화점 바로 맞은편에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한창 공사중인 곳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영화에서나 보던 옛날 유럽풍의 붉은 벽돌건물이 나타났다. 낡아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에서는 옷 한벌에 수만 위엔이나 하는 명품을 판매하고 있고, 반대쪽에서는 낡은 건물을 철거하고 있는 인부들의 모습. 이런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상하이였다.
백화점에 들어가서 명품 매장을 이곳 저곳 둘러 본 후, 택시를 타고 신천지로 향했다. 이미 해는 기울어서 붉은 노을이 상하이의 야경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무에 매달린 빨간등이 켜지자 도로는 금세 루비로 치장한 듯 은은하게 물들었다.
신천지에서는 커피숍에 들어가서 라떼 한잔과 케이크를 먹으며 상하이가 천천히 밤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동행한 친구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감상에 젖었다.
▷안주홍(juhong20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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