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거주민으로, 지난 몇 년 귀에 달고 살아왔다.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생활’.
올림픽 개최 후 5년이 지난 1993년, 대전에서 엑스포가 열렸을 때만 해도 이렇게 생활의 모든 곳에 속속들이 엑스포가 깃들어 있는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엑스포를 위해, 엑스포와 더불어, 엑스포의 한가운데에 들어 함께 소용돌이를 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엑스포가 없는 상하이는 상상할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따지자면 2009년은 우리에게 충격의 해가 아니었나 싶다.
미국과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를 침체시킨 경제공황이 그렇고, 엑스포 준비로 뒤집어진 우리의 환경이 그랬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한 경제파괴와 미래를 위한 아수라장… 한마디로 상하이는 2009년에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맑아진 것 같던 공기는 원래 길이 어디였는지 가늠할 수 없게 뒤집어진 도로와 새로 올라가는 건물들, 오래된 건물들의 꽃단장에 다시 먼지 입자를 품고 부옇게 변했다.
경제적, 신체적, 환경적, 문화적으로, 산다는 게 이렇게 치열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해였다.
그러나 이제 2010년, 희망의 해가 밝았다.
그동안 경제는 언제 바닥을 쳤냐는 듯 조금씩 회복이 되고 있고, 상하이의 곳곳에도 흙탕물 빠진 듯, 멋들어진 건물과 깨끗한 도로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동안 도시의 크기에 비해 조촐하게 운행되던 지하철도 올 3월을 기준으로 야심차게 그 운행 반경을 넓힐 예정이다.
그러면 상하이는 우리에게 깨끗하고 편리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으로 이사했던 미술인들이 서서히 상하이로 돌아오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각 미술관과 화랑들에선 엑스포를 겨냥한 특별 전시회들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엑스포 단지 내의 각 나라별 전시관에도 미술인의 손길이 함께 하고 있다.
엑스포가 미술인들도 바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미술은 생활과 동떨어진 몇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생활과 함께 하는 분야가 되어버렸다.
상하이엔 몇 군데,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는 장소가 그것인데 미술관으로는 경마장 건물에서 개조된 상하이 미술관과 인민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컨템퍼러리 미술관 (MoCA), 둬룬루(多轮路)에 있는 둬룬 현대미술관과 루쉰(魯迅)공원 안에 있는 주치잔 미술관,
그리고 푸둥 따무즈(大拇指) 광장에 있는 전다이 현대 미술관, 홍차오의 료하이수 미술관 등이 있고,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는 모간산루(莫干山路) 갤러리 단지와 화이하이시루(淮海西路)의 홍방(조각 공원),
조금 어지럽게 레스토랑, 가게들과 엉켜버렸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타이캉루(泰康路) 그리고 외진 곳에 자리잡은 양수푸루(杨树铺路) 북와이탄 예술촌,
화교 사업가에 의해 야심차게 만들어진 우자오창(五角场)의 아트 800호, 거대한 도살장을 개조해 새로 태어난 홍커우구(虹口区)의 1933 창의단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유럽 타운을 본따 건설되었다 교통불편으로 주춤하면서 이제는 예술가들에게 스튜디오로 제공되어 예술가촌이 된 곳도 상하이 근교에 두 군데 있다.
작년, 상하이 정부는 백 여 개의 미술관과 전시관을 지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얼마나 많은 미술 관련 시설들이 상하이에 자리잡게 될 지, 그것으로 상하이 시민들과 상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예술적인 삶을 누리게 될 지 기대된다.
넘쳐나는 문화 시설로 혹 상하이가 터져 버리는 것은 아닐는지….
▷나라나 아트(www.narana.biz)
‘지난 몇 년 상하이와 한국, 유럽을 연결하는 스튜디오/갤러리로 미술인과 미술을 사랑하
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온 나라나 아트에서는 앞으로 상하이 저널 독자들에게 미술 관련 이야기들을 들려 드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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