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룽바이(龙柏) 시장을 찾았다가 돌아오는 길, 평소 웬만하면 운동 삼아 걸어오는 코스인데, 날씨도 꽤 쌀쌀하고 비닐봉지 과일 등도 귀찮아 1위엔 짜리 시내버스(古华线)로 귀가 길에 올랐다.
평소보다 한가한 버스 안, 안내양 뒤쪽 좌석 한 켠에 앉았다.
무심코 옆자리(빈자리)를 둘러본 순간 통로 건너 바로 옆자리 안쪽 자리에 하얀 1위엔 짜리 동전 3개가 흘러 있는 게 보였다.
내가 앉은 뒤쪽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워야 할지 말지 잠깐 망설이다 그냥 못 본 걸로 하고 시선을 돌렸다.
예전 같았으면 냉큼 자리를 옮겨 얼른 내 주머니로 넣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몇 번 경험한 적이 있고, 무엇보다 액땜, 비슷한말로 ‘물상대체(物象代替)’의 결과를 실감한 후부터는 가끔 보는 주운 돈 그것도 액수가 아주 적은 돈일 경우 가급적 내 것으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운(运)에서 큰돈이 들어와야 할 시기에, 큰돈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에 작은 돈이 먼저 들어와 버리면, 그걸로 큰돈 들어올 일이 대체되어 버릴 수 있다는 역학(易学)이론 이기도 하다.
특히 별 소득 없이 얻게 되는 공돈일 경우 그 영향은 더 크다고 보기도 한다.
남자의 경우, 특히 사업으로 수천만, 수억의 큰돈 결재를 기다리고 있을 때, 여자 관계, 특히 내 것이 아닌 여자를 함부로 취하게 되는걸 가장 금기로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고 있을 것이다.
역(易)에서 남자의 경우 돈, 즉 재물(財物)과 여자를 같은 신(神)으로 보기 때문이고 또 실제 그렇게 된다. 남자의 경우 재신(財神)이 좋을수록 처복(妻福, 女子福)이 좋다.
처(아내)를 가르키는 재신(財神)이 구겨져 있을 경우, 예를 들어 재성이 刑, 沖, 破, 害 등의 충격과 殺 등을 내포한 경우, 미리 그 흉(凶)함을 겪은 사람 등을 처(妻)로 하는 경우, 흉살(凶殺)의 의미를 액(厄)땜 한 것으로 보며, 역학적 점잖은 용어가 바로 ‘물상대체’라는 말이기도 하다.
옛날 어릴 적 동네길바닥을 뒹굴고 놀다, 만에 하나 엎어져서 코피라도 터트리고 울며 들어 왔을 때, 조심성 없음에 대해 큰소리로 나무라고, 꾸짖던 할머니들도 결국, “앗다 잘됐다, 그 정도로 금년 액 땜 잘 넘긴 기다. 울지 말거라 그만”으로 결론 짓던 얘기도 전혀 빈말이 아니다.
동전 얘기로 돌아 가자.
내가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그 다음, 다음 정거장에서 초등 3-4 학년 쯤 돼보이는 학교 트레이닝복 입은 중국 남자애들 둘(이 후다닥 버스에 올라 내 옆자리에 앉자마자, 먼저 앉게된 녀석이 행여 친구라도 볼 새라 잽 싸게 동전을 움켜쥐어 손바닥 안에 감싸 쥐며,
내 눈치, 옆자리 제 친구눈치 힐끔 봐가며 좋아하든 모습에 은근한 쓴웃음이 지금도 돈다.
난 속으로 “앗다 잘됐다. 행여나 희멀겋고 건장한 청장년이나, 밉살스런 어떤 아줌마가 주워서 인 마이 포켓 하는 것보다는 훨씬 다행 아닌가”고 난 다음 역에서 내렸다.
▷한성희(hn0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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