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취(閔行區) 옌화루(蓮花路) 1225번지에 자리잡은 毛家塘南北貨는 상하이에서 가장 큰 건어물 재래 도매시장으로 1천여개의 매장들이 이곳에 모여있다.
아침부터 해질녁까지 무수한 봉고차들이 들락거리며 이곳의 물건들을 상하이 곳곳으로 실어다 나른다.
도매시장입구에서 "그다지 크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입구로 들어서니 여기저기로 갈라진 길을 따라 매장들이 빽빽하다.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 분간하기도 힘들다.
도매시장이라는 이름에 무색하지 않게 마늘 수십포대, 맛있는 훠궈 재료가 담겨진 박스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매장들마다는 먹을 수 있는 건어물을 비롯해 신기한 것 투성이다. 땅콩에서 호두, 잣, 깨, 오징어 포, 문어포, 말린 생선, 소시지까지 잡다한 먹을거리들 세상이다.
크고 작은 박스를 나르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아저씨 옆을 지나니 훠궈재료들이 쌓여 있다.
"정말 도매시장이라 할 만 하구나" 탄성을 자아낼만한 규모여서인지 어느 매장을 들려도 상점 주인들은 그다지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다.
"도매로 살꺼요? 아니면 낱개로 살꺼요?"를 캐묻는 듯해 쉽게 말을 못 건네다 어렵게 말린새우 얼마~에요?‚라고 물으니 10위엔‚이라고 흔쾌히 답한다.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이곳에는 각종 조미료들도 묶음으로 판매되고 있다. 소금 설탕 국수 간장 기름 고추장 한국 된장까지 없는 것이 없다.
하다 못해 고사리 고춧가루 무말랭이 가지말랭이 양파 육포도 있다. 이뿐이겠는가. 코너 한바퀴를 도니 마른 안주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훠궈 재료들이 이렇게 많은데 혹시 이곳에서 파는 재료들이 모두 훠궈전문점으로 운송되는 것을 아닐까?
아니나 다를까 상하이 시내에 있는 훠궈 전문점을 비롯해 각종 음식점에서는 이곳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해 음식 재료로 사용한단다. 이것저것을 구경하며 도매시장 한바퀴는 도는 내내 각종 조미료 냄새들이 섞여 코를 찌른다.
흑룡강표 목이버섯도 있어요
흑룡강 목이버섯 직판장이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 매장 앞에는 얇게 말린 검은 목이버섯들이 보기만 해도 먹고싶어진다. 500g에 23위엔이라니 괜찮은 가격이다.
"목이버섯은 동북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유명하고 좋아요‚라는 말에 솔깃해 500g만 주세요"라고 청하니 낱개로는 안 판단다. 사고싶은 마음을 누르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다.
한 묶음씩 묶여있는 고사리도 보인다. 고사리 500g에 얼마죠?‚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요. 작은 것은 2위엔, 큰 것은 5위엔입니다‚ 정말 싸다. 광시(廣西)에서 건너온 맛깔 나는 고사리가 바로 이곳에 있다.
한국인인걸 눈치챘다는 듯 우리 가게에는 한국 음식점을 경영하는 분들이 가끔씩 와요. 어떤 때에는 아주머니들끼리 이곳을 찾아와 묶음으로 구입해 가요‚라고 말한다. 이 매장은 도매가 아닌 낱개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좌판에 무말랭이와 단무지들을 늘어놓고 팔고 있다.
무말랭이 500g에 5위엔, 단무지 하나에 6위엔, 가지말랭이는 8위엔, 가격 매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집어먹은 땅콩이며 오징어포가 허기를 채워준다.
곶감 하나 집어 먹어볼까 마음먹다가도 주인 눈치를 봐가며 그냥 구경만 하고 다음 매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즐겁기만 하다.
슈퍼마켓에서도 비싸서 손이 안 가던 야오궈(腰果)가 한 박스에 1천2백위엔이라니 정말 비싸다. 닝샤(寧夏)의 특산으로 꼽히는 구기자도 훠궈 재료로 많이 쓰이는지 눈에 띄인다.
건어물매장들이 한창 물건 팔기에 여념이 없다. 말린 새우 10위엔! 5위엔 짜리도 있어요‚ 외치는 상점 아가씨는 연신 웃고 있다. 마른 조기, 가자미 오징어 멸치 다시마 해파리.. 정말 많다.
나른한 오후 무언가 질겅질걸 씹고 싶을때, 집에서 훠궈를 먹고 싶을때, 毛家塘南北 도매시장 사냥에 나서보자. 단 대부분이 대량 구매라는 사실, 잊지 말자